임종우 기자 입력 : 2021.12.05 01:00 ㅣ 수정 : 2021.12.06 09:54
7일 결선투표서 안현호와 권오일 중 누가 돼도 '강성노조' / 민주노총, 내년에 들어설 새정부 겨냥해 강경노선 장착?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현대자동차의 노동조합원들이 ‘중도 실리’를 버리고 ‘강성’을 택했다. 최근 실적 회복세를 보인 현대차의 경영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산하의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 9대 임원(지부장) 선거 결과 '강성 후보' 2명이 1,2위를 차지했다. 현 지부장이면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상수 후보는 3위로 밀려났다.
현대차 노조는 개표 결과, 안현호 후보가 1만4238표(34.34%)로 1위, 권오일 후보가 1만3632표(32.88%)로 2위에 올랐다고 3일 밝혔다. 이상수 후보는 8259표(19.92%), 조현균 후보는 5045(12.17%)를 각각 얻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다 득표자 순위에 의해 안 후보와 권 후보가 결선를 치른다.
결선투표는 오는 7일 실시된다. 개표결과는 8일 쯤 나온다. 누가 당선돼도 현대차 노조는 '강성'으로 돌어서게 되는 것이다.
온건파로 분류된 이상수 후보가 현직 지부장이라는 잇점에도 불구하고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지난 10월 실적 반등에 성공한 현대차가 강성파 노조를 맞으며 다시 한번 ‘노조 리스크’를 겪게 될까.
민주노총이 내년 3월 대선을 통해 들어서 새정부를 겨냥해 강경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이끌었던 안현호 후보가 1위, 해외공장 노조 개입력 강화 추진 / 비정규직 지원투쟁에 앞장 섰던 권오일 후보는 2위, '현대차 2025전략' 폐기를 공약으로
사실 이상수 후보는 현대차의 실적 반등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취임 당시,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하고 단체교섭 노사 공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2개월 내 타결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우며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이끌어간 바 있다.
이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후보는 모두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장 노동조직에서 배출한 후보다.
안 후보는 ‘금속연대’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지냈으며,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이끈 인물이다. 권 후보는 ‘민주현장투쟁위원회’ 소속으로 과거 대외협력실장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비정규직 지원 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조 후보는 ‘금속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소속으로, 집행부에서 정책1부장을 역임했다.
현대차 내부에서 최근 친환경자동차 등 기존 산업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부흥하면서, 고용에 위기를 느낀 직원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관철하기 위해 강성파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최근 전기차 미국 생산 여부를 놓고 노조가 노심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노조가 사측과 통상임금 소송을 놓고 법무법인 2곳과 벌인 성공보수금 소송에서도 지면서 이 지부장에 책임이 부과된 측면이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노조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4명의 후보는 모두 고용안정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를 위해 향후 현대차가 생산을 확대할 전기차 부품 공정 등을 회사 내부에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전기차 모듈 공장 유치, 전기차 라인업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나머지 후보들도 전기차나 친환경차의 핵심부품을 사내 조립하겠다는 요지의 공약을 내세웠다.
결선 후보로 오른 두 명의 공약은 조금 더 강경하다. 권 후보는 현대차의 중장기 프로젝트인 ‘현대차 2025 전략’을 폐기하고 새로 세우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해외공장 운영에 노조 개입력을 강화하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노조의 경영참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강성인 안현호, 권오일 후보의 MZ세대용 공약 먹혀 들어...남양주연구소에서 높은 득표율 보여
물론 노조의 주요 구성원인 생산직이 이외의 직군, 즉 연구원이나 연차가 짧은 MZ세대 사이에서는 노조의 행보를 두고 ‘기득권 지키기’라는 반감도 만만치 않게 감지된다.
직장인 익명 앱인 블라인드 등에서도 현대차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노조의 주요 구성원인 생산직에 대해서 ‘50대 노조 사원들은 하루 두 시간 일하면서 정년연장을 외친다’던가, ‘연구원들이 생산직에 갑질 당하고 심부름을 한다’는 등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안, 권 후보는 이런 불만 사항을 해소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MZ세대 끌어안기로 풀이된다.
권 후보는 자율출퇴근제, PC-오프제(업무시간 외에 컴퓨터 자동 종료), 성과에 비례한 공정분배 등 연구직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주거지원금과 결혼자금제도 강화 등 젊은층을 노린 공약도 마련했다.
안 후보 또한 “MZ세대! 이제는 주역이다”라는 슬로건을 걸어 신입사원 초임을 인상하고 호봉표를 개선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구글이나 네이버 등을 벤치마킹한 선진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걸었다.
이처럼 연구직과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공약들은 일단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연구직 직원들로 구성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강성 후보가 더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안 후보와 권 후보는 각각 42.18%와 37.6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안 후보의 높은 득표율이 주목된다. 조 후보는 9.8%, 이 후보는 7.99%만을 득표했다.
■ 현대차 실적 호조에 적신호?… 강성노조 들어서면 노사 갈등 심화 우려돼
현대차의 10월 기준 국내외 차량 판매 대수는 총 14만2252대로, 지난 4월 15만4355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 6월 이후 세 달간 내림세를 보이던 판매 실적이 반등하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강성노조의 등장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시장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추진한 미국 투자에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과 같은 상황이 주목된다.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지원팀장은 “민주노총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선거 결과는 중도 실리를 버리고 강성 투쟁 노선을 선택한 것”이라며 “향후 2~3년간 국내 노사관계를 극도로 긴장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공약한 ‘전기차’와 관련해서 ‘노사갈등’이 아닌 ‘노노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재 현대차의 전기차 핵심부품의 연구와 제작은 ‘현대모비스’에서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관련 공약이 이행될 경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노동자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