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장애'가 쏘아 올린 이통3사 '불공정약관' 논란… “통신장애 손해배상 범위 개선해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국에서 발생한 ‘KT 통신장애 사태’를 계기로 KT뿐만 아니라 SKT, LGU+ 등 이통3사의 불공정 약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비자단체에서는 통신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이통3사 통신장애 손해배상 약관 개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25일 전국에서 발생한 KT 통신망 장애로 약 89분간 KT 이용자들의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이 마비됐다.
배달 노동자들은 주문을 접수하지 못하거나, 배달지가 사라져 손님에게 음식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또 기업의 업무자료 손실, 온라인 비대면 수업 및 시험 마비, 주식시장 이용 불가에 따른 손해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했다.
KT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이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임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보상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달 1일 통신장애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에게 요금감면을 통한 일괄보상을 약속했다.
지난달 1일 공개된 KT 보상방안에 따르면 개인·기업 이용자에게 실제 장애시간의 10배 수준인 15시간분의 요금을 보상한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10일분의 요금을 감면한다. 이에 따른 평균 보상액은 개인·기업은 회선당 1000원 내외, 소상공인은 7000∼8000원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KT의 보상 대상과 금액이 공개된 이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손실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KT 모바일 통신 이용자 박모(29)씨는 “온라인 시험 중 통신이 끊겨 어려움을 겪었다. 전화, 카카오톡 모두 마비돼 어쩔 도리가 없어 업무상 피해가 매우 컸는데 KT로부터 받은 보상액은 고작 1918원이었다”며 “어떤 근거로 보상기준을 마련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보상은 해주고도 욕먹는 겪”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피해보상안은 과거 여러 피해보상 사례와 해외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약관과 관계없이 만든 기준으로, KT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보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여파로 기존 통신장애 손해배상 관련 약관 개정의 필요성까지 대두됐다.
현재 이통3사는 약관상 ‘이용고객은 하루 3시간, 1개월 누적 6시간 이상 인터넷 장애를 겪어야만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월정액과 부가사용료의 8배에 상당한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해당 약관은 약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데이터 통신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된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이통3사 통신장애 손해배상 관련 불공정약관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이통3사가 현재 적용하고 있는 통신장애에 따른 손해배상 기준과 범위가 이용자들에게 불리하므로 통신소비자 권익보호 중심의 약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현재의 통신 속도에 따른 각 상황을 고려해 (보상기준을) 최소한 연속 10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30분을 초과한 경우로 바꾸고, 단순하게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실제 발생한 손실을 제대로 보상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여년 전에 개정돼 현실과 거리가 먼 약관 내용들은 회원들의 권리와 권익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소비자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통신망을 이용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약관심사를 통해 ‘이통3사 이익 보호’ 아닌 ‘통신소비자 권익 보호’에 나서야 한다”며 “연속 3시간 이상 혹은 1개월 누적 6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조항은 반드시 개정돼야 하며,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문화한 약관규정의 개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KT는 이번 통신장애 사태 피해 보상방안을 발표하며 약관 보상 기준이 오래돼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약관 개정을 전향적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규제기관 및 타 이통사와 함께 선진화된 기준을 빠르게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