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비대면 피싱’ 피해 고객 별다른 조치 없어…“고객 가정에 행복 충만하길” 논란

최정호 기자 입력 : 2021.12.13 08:24 ㅣ 수정 : 2021.12.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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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소비자들의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계좌 개설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비대면 피싱’이라는 사기 범죄가 등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중은행이 제발 방지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비대면 피싱 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대면 피싱 피해자 A씨(50대 女)는 사고가 발생한 B시중은행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시중은행은 “고객님의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은행)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기 위해 ‘경제의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13일 본지가 입수한 탄원서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A씨의 딸이라고 사칭한 피싱 범죄자가 “휴대폰이 고장 나 임시폰을 쓰고 있다”는 내용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알려왔다. 

 

이후 피싱 범죄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원격조종앱 설치를 유도했고 A씨는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통장 출금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날 밤 수상함을 느끼는 A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미 자신의 B시중은행 계좌에서 1억5000여만원이 이체된 것을 알게 됐다.

 

평소 A씨는 B시중은행 스마트폰 온라인 뱅킹 앱을 통해 간편 비밀번호 6자리와 계좌 이체 비밀번호 4자리를 사용해 타 계좌로 돈을 이체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왔다.    

 

폰을 장학한 피싱 범죄자는 A씨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이용해 간편 비밀번호 6자리를 만들고 모바일 OTP를 재발급 받았다. 또 1일 이채 한도 증액을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변경했다. 

 

A씨는 “범인들이 간편 비밀번호를 물으면 발각될 것 같아서 신분증 사진은 주고받기 쉬우니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은행 앱을 통해 신분증으로 뭔가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에 A씨는 B시중은행에 신분증 복사본을 이용해 간편 비밀번호 6자리를 쉽게 재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B시중은행 측은 해킹기술이 뛰어난 범인들이 고도의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A씨에게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시중에 판매되는 복합기를 이용해 신분증을 복사한 후 출력했다. B시중은행 인터넷 뱅킹 앱은 이 같은 출력본도 인식해 간편 비밀번호 변경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B시중은행은 A씨에게 공문을 보내 “당행은 금융위원회 비대면 가이드라인 원칙을 따랐다”면서 “고객님의 사정은 매우 안타까우나 요청사항을 수용해드리지 못하는 점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리며 고객님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 뱅크’는 신분증 사본을 이용해 간편 비밀번호 변경은 할 수 있으나 직원이 모니터링 한 결과 사본인 것으로 드러나 거래 제한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B시중은행이 신분증에 대한 모니터링만 했다면 이 같은 결과가 안 나왔을 것이란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사건에 대해 B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 A씨의 사례와 같은 신종 피싱 범죄가 종종 발생되고 있는데 이는 당행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시중은행 시스템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면서 “스마트폰 안에 신분증을 촬영해서 저장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언제 어떤 방법으로 유출돼 피싱 범죄에 사용될 수 있으니 각별한 조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피싱 범죄를 우려해 경실련은 지난 2015년 금융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신분증을 제시하고 대면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인데 비대면을 통해 신분증을 촬영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고 밝혔다. 

 

정호철 경실련 간사는 “은행 창구에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같은 사람이지 확인하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반면 온라인 뱅킹 앱을 통한 비대면 거래는 신분증 복사본으로 거래할 수 있다”면서 “금융실명제의 원칙에 입각했을 때 복사본을 통한 거래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비대면 피싱 범죄자들이 A씨의 사례처럼 휴대폰을 장악한다면 금융소비자들은 손쓸 방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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