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티빙 등 토종 OTT가 절대강자 美 '넷플릭스' 꺾으려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든 볼 수 있는 OTT에 눈을 돌렸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OTT의 매력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국내외 OTT 시장은 사실상 미국의 넷플릭스(대표 리드 헤이스팅스)가 움켜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최근 TVING(티빙, 대표이사 양지을), WAVE(웨이브, 대표 이태현), 쿠팡플레이(대표이사 강한승·박대준) 등 토종 OTT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을 이루며 활로를 찾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절대강자 넷플릭스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게다가 다양한 콘텐츠와 거대 자금력을 앞세운 애플TV+(애플TV플러스, 최고경영자 팀 쿡)와 디즈니+(디즈니플러스, 회장 수전 아널드)까지 국내에 입성해 토종 OTT를 위협하고 있다. 토종 OTT 플랫폼들도 치열해진 국내 OTT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과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 국내 OTT 오리지널 콘텐츠 인기 / 그러나 시장 점유율 여전히 ‘부진’
국내 OTT 플랫폼들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뵈는데 집중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오롯이 이를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OTT 플랫폼에서만 시청할 수 있어 새로운 구독자를 유치하거나 기존 구독자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드라마 <킹덤>을 필두로 <인간수업>, <스위트홈>, <D.P>, 그리고 올해 전 세계를 상대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붐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까지 모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열린 콘텐츠 로드쇼 ‘씨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올 한해 한국 콘텐츠에만 55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과 중요성은 이미 증명된 바, 국내 OTT 플랫폼들도 앞다퉈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에 주력했다.
티빙에서는 올해 이별한 청춘들의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와 드라마 <유미의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해피니스> 등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웨이브의 정치 블랙코미디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오픈 첫날 신규 유료 가입자 유입 1위라는 성적표를 안겼다. 쿠팡플레이에서는 최근 영국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리메이크한 ‘어느 날’이 1·2화를 공개한 다음 날 신규 구독자 수가 전주 대비 254%까지 증가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과감한 투자도 서슴지 않았다.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은 콘텐츠 제작에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기존 계획을 변경해 올해에만 8000억원, 5년간 총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웨이브의 모회사인 SK텔레콤(SKT)도 2019년 출범 당시 2023년까지 3000억원을 제작에 투자하려 했으나, 올해 초 5년간 1조원으로 투자 계획을 바꿨다.
웨이브 김용배 커뮤니케이션 전략부장은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은 흥행을 해 내부에서는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성과가 좋았다고 평가한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는 독점이기 때문에 신규 유입자를 견인하는 효과가 활성화됐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더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 작품을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탄한 파트너사를 통한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과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시도에도 불구하고 토종 OTT 플랫폼들의 시장 점유는 여전히 미약하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넷플릭스는 국내 주요 유료 구독형 OTT 앱 사용자 점유율 47%를 달성해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19%, 14%로 2, 3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 시즌 8%, 왓챠 6% 등이 뒤를 이었다. 2~5위 모두 합해야 넷플릭스 점유율과 비슷해지는 수준으로, 넷플릭스 홀로 국내 시장 절반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 갈수록 치열해지는 OTT 시장 경쟁 / ‘해외 진출’ 항로 변경, 돌파구 될까
국내 OTT 시장에서의 생존은 날로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11월 정식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까지 가담한데다 내년에는 미국의 또 다른 대형 OTT 플랫폼 ‘HBO맥스’의 진출까지 점쳐지고 있어 국내 OTT 시장은 더욱 피 튀기는 전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해외 OTT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OTT 플랫폼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티빙은 지난 10월 열린 ‘티빙 커넥트 2021(TVING CONNECT 2021)’ 행사에서 내년 일본과 대만을 시발점으로 2023년에는 미국 등 주요 거점 국가에서 K콘텐츠 열풍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웨이브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 7개국 현지인을 대상으로 해외 서비스를 지원해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해 미국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배 웨이브 부장은 “자막이나 더빙 등 국가별 채널 작업이 필요해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는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말하기는 어렵고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투자 방식으로는 국내 OTT 플랫폼이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건 불투명하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더불어 투자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유입자를 모은다. 그리고 그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부여해 충성심을 높인다”며 “세계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이처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큰 비용이 요구되다 보니 부담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히 생존이 목적이 아니라면 타계를 위해 합병한다든가 동남아시아 진출 등 한국 콘텐츠의 힘을 이용해 교두보를 확보하고 새로운 전기를 노려보는 것도 작전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게 다 불투명하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또 “넷플릭스는 창작자를 신뢰하고 그에게 전권을 맡긴다. 창작자가 제시한 제작비를 깎지 않고 오히려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해 준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보장해 주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 투자도 중요하지만 투자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