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오는 2022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적자 누적으로 이미 올해 보험료를 크게 인상했음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번 주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2세대 표준화실손(2009년 10월 도입)과 3세대 신실손(2017년 4월 도입) 가입 고객들에게 보험료 인상 안내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보험사 측이 보험료 갱신을 위해 영업일 기준 보험료 인상 15일 전까지 고객에게 보험료 인상 예정 사실을 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 약 39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보험업계 대표 상품이지만, 손실규모는 2019년 2조3546억원, 2020년 2조2695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 9월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1%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료를 10% 후반에서 20% 초반까지는 인상해 손해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대폭 늘리는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다.
자동차보험료는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차량 이동이 감소하면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의 손해율이 2019년 92.9%에서 지난 10월말 78.2~79.8%를 기록했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보다 낮아져 흑자 구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코로나19로 차량 이동이 감소한 점, 지난 1일 자동차 정비수가가 4.5% 인상된 점, 겨울철 폭설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는 시기인 점 등을 들어 손해율 상승 요인이 많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는 대신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높이는 형태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손보업계에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 원리와 맞지 않는 얘기”라며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로 자동차보험의 손해를 메운다는 것인데, 구조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손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실손보험료를 20% 인상한다고 해도 당장 손해율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정도는 인상해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수준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료 인상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올릴 수는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어느 정도를 고려하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6일 손보사 CEO들과 만나 간담회를 갖고 실손보험료 인상폭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보험엄계의 실손보험료 인상 주장이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