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인사태풍 (3)] 3두마차로 짜여진 삼성의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김기남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이 각각 총괄하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사업지원TF는 ‘격상’/ 최영무 등 사장 3명이 배치된 삼성경제연구소는 ‘확대 개편’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인해 폐지된 이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미전실을 연상시키는 새 조직을 창설하지는 않았다. 기존 조직을 강화하거나 확대하는 방법을 통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켜나가려는 게 이 부회장의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업지원TF라는 ‘3두마차 체제’를 확대함으로써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직혁신, 신기술, 미래전략 등과 같은 핵심이슈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확대됐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사업지원TF는 격상됐다.
■ 삼성글로벌리서치로 명칭 변경된 삼성경제연구소, 최영무 사장은 ‘이재용의 CSR 2.0’ 성공시켜야
우선 한동안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그룹 내 ‘싱크탱크’로 재정비된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0일 사장단 인사에서 두 명의 신임 사장을 포진시켰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을 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으로 내정하고, 김완표 삼성SDI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사회공헌업무총괄을 담당해온 성인희 사장은 조직문화혁신담당으로 이동했다. 사장 2명이 늘어난 것이다.
연구소 명칭도 이달말부터 ‘삼성글로벌리서치’로 변경할 예정이다. 명칭을 바꿀만큼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영무 사장이 맡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대대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조만간 ‘CSR 2.0’을 선포하고, ‘교육 기능’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삼성화재 인사팀장, 자동차보험본부장 등을 거쳐 2018년부터 대표이사로 삼성화재를 이끌어왔었다. 특히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삼성화재의 CSR 사업인 시각장애인 안내견 육성, 시각장애인의 공무원 및 교사 등 사회진출 공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를 통한 교통안전문화 확산 등의 CSR실적을 갖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으나, 이재용 부회장의 CSR구상을 총괄한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내 무게감은 더 올라갔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 이 부회장이 관련 조직에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차별없는 교육 기회’이라는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들이 각각의 역량을 활용해 청소년과 청년층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게 큰 골자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드림클래스’는 방학 중 취약계층 중학생이 대학생 봉사자에게 교과목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2012∼2020년 동안 8만4000여 명이 혜택을 받았다. 올해 ‘드림클래스 2.0’을 출범시켜서 외국어, 코딩 등 진로 교육을 추가했다. 연말인사에서 윤종덕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CSR을 총괄하게 됐다.
성인희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을 역임한 인사 전문가이다. 미래지향적인 조직문화를 책임지게된다. 최근 도입된 ‘직급 단순화’, ‘연공서열 타파’ 등과 같은 기존의 조직 및 인사혁신제도를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로 꼽힌다. 조직 내 MZ세대가 쏟아지는 혁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피드백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사장과 전무를 부사장으로 통일한 임원직급 단순화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우선 도입됐다. 다른 계열사에 확대할지 여부도 관심사이다.
■ 김기남 회장 부임으로 격상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파운드리, 2차전지 등 신기술 주도 요구받아
2018년부터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아 ‘반도체 신화’를 경신해온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7일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이 새로운 직함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샐러리맨 출신으로 삼성전자의 회장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김 회장은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권오현 전 회장을 잇는 제2의 신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회장 승진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내 최고 리더의 지위에 오른 셈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 같은 격상에 걸맞는 역할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우선 대만기업인 TSMC, 미국의 인텔 등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여야 하는 파운드리 산업을 주도할 신기술 주도가 최대 과제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회장은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초기에 글로벌 핸드폰 시장의 판도변화를 직관적으로 판단, 삼성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갤럭시 스마트폰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의 기술진은 불과 수개월만에 이건희 회장의 요구에 부응, 스마트폰 개발에 성공했고, 갤럭시 시리즈는 아이폰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양분할 수 있었다. 시장변화를 잘못 파악해 손을 놓고 있었던 핸드폰 최강자 노키아는 쇠락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김 회장은 파운드리 나노공정, 갤럭시 UI, 로봇, 인공지능(AI), 디스플레이 등과 관련된 기술격변을 주도하는 사령탑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현호의 '사업지원TF', 이재용과 협의하는 '실무그룹'으로 제도화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은 연말인사에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업지원TF는 인사와 미래전략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삼성전자 소속이지만 관계사와의 공통이슈 협의 및 시너지 확대 등을 담당해왔다. 미래사업 발굴도 주요 과제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사업지원TF를 신설, 그 수장으로 정 부회장을 기용했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본격적으로 총괄하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정 부회장은 과거 미전실에서 경영진단팀장과 인사지원팀장 등 주요 보직을 수행해왔던 인물이다. 삼성그룹 전반의 속사정과 과제를 속속들이 궤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부회장과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이라는 개인적 인연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한 삼성그룹을 관리하고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핵심 참모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출범 당시 임시 기구같은 느낌을 줬던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과 협의하는 ‘실무그룹’으로 확실하게 제도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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