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폐쇄 반대 운동’ 월계동 팀을 만나다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지난 3일 영하권의 매서운 추위 속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서울 소재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34년간 삶의 희로애락을 같이 한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의 폐쇄를 막기 위해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11월까지 국내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출장소 포함)는 총 203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신한은행이 75개로 가장 많았으며 국민은행 53개, 우리은행 31개, 농협은행 13개 순이다.
폐점이 많은 것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흥은행과 합병했을 때 모든 지점을 다 운영해 겹치는 지역이 많았다”면서 “디지털 시대다보니 은행에 내방하는 고객들도 줄어드어 한 지역에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은 폐쇄가 확실시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계동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다시 거리로 나와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폐쇄 반대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 폐쇄 반대 운동은 지역 주민들이 주도해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은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주민직접정치운동본부 월계동 팀(이하 월계동 팀)이다. 이들을 만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 동고동락 신한은행 폐쇄, 주민들 상실감 심해
월계동 팀이 하는 일은 ‘주민 고충 해결 운동’이다. 물론 월계동 팀이 ‘진보당’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있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강미경 부위원장(월계동 팀장)은 “나도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민이며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서 “우리의 역할이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주민들이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그대로 남기를 바라며 우리에게 ‘어떻게 해결이 안될까요’ ‘힘 좀 실어주세요’라고 요청해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월계동 팀의 도움으로 주민들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장도 직접 선출했다. 주민들이 긴급회의를 열어 연대 행동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월계동 팀이 도왔다.
김진숙 주민대책위원회 간사는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없어진다고 해서 주민들은 많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주민 덕에 돈 벌고 나이 들어 우리가 경제 활동 못하니까 떠난다는 것이 너무 서럽다고 토로하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이제 노인도 디지털 뱅킹을 이용해야 하는 시대라 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논리까지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강미경 부위원장은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교육을 하고 있는데 다들 집에 가면 배운 걸 잊어 먹는다고 얘기한다”면서 “최근 디지털 금융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자식이 나이든 부모의 핸드폰에 링크 기능 차단 설정을 하는 등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지점이 생기면 직원이 한 명 상주해서 노인들의 사용을 돕겠다고 했다. 또 이 점포에서 대출부터 투자 상품 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의 얘기는 다르다. 종이 통장 관련 업무와 고액 현금, 수표 등의 업무는 영업점을 방문하라고 신한은행이 고지했다는 것이다.
김진숙 간사는 “개인적으로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이체한도 조정을 낮게 해놓아서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할 수 없었다”면서 “이체한도를 늘리려면 반드시 영업점을 방문해야 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날 은행 문 열자마자 처리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은행의 시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앞당겨 졌지만 아직은 대면을 통한 금융 업무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은행이 정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많은 절차 등이 필요하다. 이곳 주민들과 월계동 팀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강미경 부위원장은 “은행이 이익만 갖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취약 계층의 금융 업무를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진 것은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수많은 민원을 넣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에 따른 여파로 저상버스도 등장하기 이르렀다. 지금의 작은 노력들이 합쳐지다보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어르신들, 금융생활 마지막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과 함께 하길 원해
월계동 아파트는 1986년에 들어섰고 신한은행 지점은 1987년에 문을 열었다. 월계동 아파트는 현재 약 5000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은 편이다.
고령층은 대부분 원주민으로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문을 열고 15년 정도는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돈으로 금융 업무를 처리해 왔다. 국민연금 수급 통장이 신한은행으로 돼 있어 어쩌면 금융생활의 마지막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이 사라지면 인근 장위동 지점으로 가면되지만 이곳은 워낙 외진 곳이라 교통편이 녹록하지 않다. 택시로는 가깝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두 번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강미경 부위원장은 “이곳 일을 모르는 사람들은 신한은행 본사에서 결정한 일이라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그리고 우리가 뭐라도 했으면, 힘이 모아져 잘 알려져서 신한은행이 그대로 남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주민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애쓰는 것이 정치가 아닐까”
보통 정당 활동 혹은 시민운동을 하다보면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얻는 감동들이 있어서 그 일을 계속하는데 월계동 팀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듯 담담한 반응이었다.
김진숙 간사는 “기자님의 일이 취재하고 기사 쓰는 거라면 우리의 일은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경 부위원장은 “최근 월계동 신한은행 지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언론에 보도됐다”면서 “보도된 기사에 젊은 분들이 응원과 공감의 댓글들을 많이 달아주셔서 힘이 많이 났고 우리가 지금 하는 일(신한은행 관련)이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월계동 팀에게 기억에 나는 활동에 대해 묻자 이구동성으로 “횡단보도”라고 말했다.
월계2동 아파트 앞에 삼거리에서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최대 두 번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바쁜 주민들의 경우 무단횡단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월계동 팀의 설명이다.
인근 다른 삼거리에는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어서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데 이곳만 없어 주민들이 불편의 민원을 호소했다.
결국 월계동 팀이 나서기 시작했다. 관활 구청과 경찰청에 민원을 넣었고 해결될 때까지 계속 처리 상황을 챙긴 끝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만들어지도록 했다.
강미경 부위원장은 “우리가 민원을 해결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고 주민들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정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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