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이 명문대 취준생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 일본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총 1만 7411명으로 작년 대비 12.6% 줄어들었다.
이는 종합직 시험이 처음 만들어진 2012년 이래 가장 적은 인원으로 모집정원 대비 지원자수 역시 작년의 10배 이상에서 올해는 7.8배를 기록했다.
한 때 일본에서 국가공무원 종합직은 일본 정부의 관료가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의 출발점이었다. 종합직으로 명칭이 바뀌기 전인 2011년까지는 국가공무원 1종 시험에 해당하였는데 1990년대에는 응시자만 현재의 2배가 넘는 4만 명 이상이었고 경쟁률도 30배를 훌쩍 넘길 정도로 취준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우수한 취준생일수록 국가공무원을 멀리 하고 민간기업에 취직하길 희망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을 선발 및 관리하는 인사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가공무원이 가진) 근무환경에 대한 이미지와 학생들의 직업관 변화, 민간기업의 채용확대 등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 국가공무원의 노동시간은 살인적이다. 내각 인사국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대 국가공무원 종합직의 30% 이상이 과로사 라인에 해당하는 월 80시간의 잔업에 시달리고 있다.
평일로만 계산하면 하루 4시간 이상의 야근을 매일 하는 셈인데 워라밸은커녕 집에 가서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는 수준이다.
극단적인 예로 2019년에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누적되는 야근을 견디지 못하고 마약에 손을 댄 혐의로 경제산업성 소속의 니시다 테츠야(西田 哲也)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니시다 용의자는 도쿄대 출신에 당시 28살이란 젊은 나이로 장래가 촉망받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는데 체포 후 확인한 그의 잔업은 월 평균 150시간, 많은 달은 무려 300시간을 넘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때문인지 2012년에는 국가공무원 종합직에서 도쿄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3명 중 1명인 30.9%나 되었지만 올해는 절반도 안 되는 13.9%(256명)에 그쳤다.
식어버린 국가공무원의 인기를 대신하는 곳은 바로 컨설턴트 기업들이다. 취업정보사이트 원캐리어(ワンキャリア)가 도쿄대학과 교토대학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 인기랭킹을 보면 상위 30곳 중에 컨설턴트 기업만 13곳이 들어있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올해 취업시장에서 외국계 컨설턴트 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도쿄대 4학년생 A씨는 원래 국가공무원을 꿈꿨지만 도중에 민간기업으로 노선을 변경한 케이스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시절이 아베 정권이었다는 그는 당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리토모학원, 카케학원, 벚꽃을 보는 모임 등의 스캔들과 관련하여 국회에 출석한 관료들이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상사의 명령을 눈치껏 파악해서 움직이고 윗사람들의 잘못을 대신 해명하고 얼버무리는 일을 나는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끝내 답하지 못한 그는 오랫동안 꿈꿔온 국가공무원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처럼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 국가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정부 부처들은 작년부터 취업정보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합동세미나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인사원도 젊은 세대가 애용하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정보발신과 이미지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 없이 단순한 선전활동만으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국가공무원의 인기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