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국전력의 신뢰도 회복은 불합리한 요금제 개선이 출발점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12.16 11:18 ㅣ 수정 : 2021.12.16 14:47

가장 핵심 문제인 최소계약전력제와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의 제도 개선부터 서둘러 진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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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뉴스투데이=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한국전력은 국제 유가에 따라 3개월마다 전기요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연료비조정요금’이라는 항목을 지난 1월 전기요금에 반영했고, 올해 4분기 연료비조정요금을 Kwh당 3원 인상한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이는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이다.

 

한전이 주장하는 인상 사유는 국제 연료비 가격 급등이며, 연료비조정요금 도입으로 요금변동 예측 및 효율적인 전력 소비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기요금 인상 원인은 한전의 누적적자와 탈원전에 따른 전기 생산원가의 상승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실제 전기요금 인상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핵심 이슈가 되었고, 각계각층에서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전기요금체계가 시대와 필요에 맞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부분 탁상공론에 그치거나 지엽적인 조정만 이루어져 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기요금의 전체적인 인상이 이루어지니 쌓였던 불만과 의혹이 커진 것이다. 이에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불만과 의혹이 더욱 증폭되기 전에, 정부는 현 전기요금체계의 가장 핵심 문제인 최소계약전력제도와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이른바 계시요금제)에 대한 제도 개선부터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전기를 사용하려면 한전과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계약은 전기사용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 예비전력, 임시전력으로 종별이 구분된다. 또한, 각 계약종별 용량에 따라 4kW∼300kW의 ‘갑’ 요금제, 300kW이상의 ‘을’ 요금제로 구분되고, 전압에 따라 110V∼380V이하의 ‘저압’ 요금제, 3,300V이상의 ‘고압’ 요금제로 구분된다.

 

여기서 나타나는 전기요금의 특징은 최소계약전력을 적용한 기본요금이 존재한다는 것과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가 존재하여 어떤 종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정의된 계약전력은 “고객 전기사용설비를 전력으로 환산한 값으로써 전기공급사업자(이하 한전)가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하기로 동의한 전력”을 말한다. 계약전력은 “전기사용 신청 시 한전에 납부하는 고객부담공사비 중에서 기본시설부담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될 뿐 아니라 전기요금의 기본요금 계산 시에도 기준이 되는 값”이다.

 

한국전력의 기본공급약관을 보면 ‘갑’ 요금제의 경우 계약상대방이 계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용량을 4kW로 제한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한 것에 대한 대가를 납부해야 하는데, 그 대가는 기본요금+전력량요금(kWh당)으로 산출되며, 기본요금은 각 요금적용전력×기본요금 단가로 산출된다. 이에 따라 실제 4kW 미만의 전력만 사용하더라도 4kW 요금을 지불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기본요금 지출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계시요금제는 전력수요가 높은 계절과 시간대에는 높은 요금 단가를, 전력 수요가 낮은 계절과 시간대에는 낮은 요금 단가를 적용하여 소비자 스스로 전력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수요 관리 강화로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요금제다. 한국전력의 기본공급약관 [별표3] 계절별·시간대별 구분표를 보면 일부 계약종별 요금제는 계시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일반용·산업용·교육용 저압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계시요금제를 적용하지 않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주택용에 대해서도 계시요금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난 9월부터 제주지역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택용에 대해서까지 계시요금제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일반용·산업용·교육용 저압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계시요금제 적용 계획조차 발표하지 않는 것은 근거 없이 용도별 이용자를 차별하여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형평성과 합리성, 나아가 공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등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전력은 요금을 인상했고, 이에 따라 한국전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에 대한 변명이 아닌 합리적인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전력요금제도의 개편인데, 이는 최소계약전력의 개선 및 계시요금제 확대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최소계약전력의 선택권 확대는 자영업자 및 1인 기업 등 전력 사용이 적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원효과가 발생하고,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 적용 확대는 궁극적으로 모든 요금제에 차별 없는 선택권이 발생하는 등 긍정적 파생효과가 상당하다. 결국 한국전력의 기본공급약관 개정을 통해 국가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면 국민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 프로필 ▶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기획재정부 고문변호사, 행정안전부 안전분야 반부패 자문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광운대 건설법무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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