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선 일 잘해도 ‘3가지 잘못’하면 퇴직금 못받고 쫓겨나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맥도날드가 임원과 체결한 '계약관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엄격함의 수준으로 따지면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 내에서 ‘성관계’를 맺으면 해고될뿐만 아니라 퇴직금을 한 푼도 못받을 수 있다.
이런 계약관계로 혹독한 댓가를 치른 인물이 스티브 이스터브룩 전 최고경영자(CEO)이다. 뉴욕타임스, CNBC 등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부하직원 1명과 사적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9년 해고됐던 이스터브룩 전 CEO가 재임 시절 복수의 직원들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1억 500만달러(약 1244억원)에 달하는 퇴직금 반환을 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스터브룩은 현금과 주식으로 구성된 퇴직금 전액을 반환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사측은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이스터브룩이 사측과 합의한 것은 패소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더 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이혼남이어도 사내연애는 안돼?
이스터브룩이 해고된 시점은 2019년 11월이다. 직원 한 명과 ‘합의된 관계(consensual relationship)’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스터브룩은 ‘이혼남’이다. 법적, 도덕적 문제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성관계 혐의를 부인했다. 직원들과 성적 문자메시지와 영상만을 주고받았다고 해명했다.
맥도날드 이사회는 해명을 수용하고 해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퇴직금은 지급했다. 이스터브룩은 그 결정을 수용했다. “실수였다”는 해명도 남겼다.
2015년 3월 취임한 그는 재임기간 중 맥도날드 매출과 주가를 두 배 이상 끌어올린 유능한 CEO였다. 그런 CEO를 해고한 데서 맥도날드가 사내 성관계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맥도날드 이사회는 집요했다. 2020년 7월 이스터브룩이 부하 직원들 3명과 부적절한 성적 관계를 맺었다는 익명의 제보를 받고 재조사에 착수했다.
■ 맥도날드의 브랜드 가치 훼손하는 CEO의 권한 남용, 용납 안해
조사결과 3가지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첫째, 직원 3명과 성관계를 맺고 이메일로 수십 건의 누드 사진과 영상 등을 주고 받았던 게 확인됐다. 이는 성관계를 금지한 ‘회사 규정 위반’이다. 3명 중 1명에게는 수십만달러 상당의 회사 주식을 넘겨준 것도 드러났다.
둘째, 지난 2019년 10월 조사에서 이스터브룩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스터브룩은 당시 직원들과 성적인 문자메시지와 영상만을 주고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성관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셋째, 2019년 10월 조사 때 휴대전화 이메일을 삭제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는 ‘증거 인멸’이다.
맥도날드는 2020년 8월 이스터브록의 해명을 믿고 지급했던 퇴직금과 스톡옵션을 반환하는 소송을 걸었다. 회사규정 위반, 거짓말, 증거인멸 등과 같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만큼 사측이 퇴직금을 회수할 권리를 갖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1년 이상 소송을 끌고가던 이스터브룩은 이번에 1244억원의 퇴직금을 토해내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승산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합의 직후 이스터브룩은 “재임 기간 때때로 맥도날드의 가치를 유지하고 회사 리더로서의 책임을 완수하지 못했다”며 “옛 동료 직원들과 이사회, 맥도날드 프랜차이즈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맥도날드 이사회 엔리케 에르난데스 주니어 의장은 “이번 합의를 통해 이스터브룩에게 그의 명백한 비행과 거짓말, CEO 직위를 악용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직원들과의 성관계가 CEO 직위를 악용해서 이뤄진 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스터브룩의 사례는 맥도날드가 '사내 연애'를 금지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CEO의 '권한 악용'이 맥도날드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런 리스크를 용납하지 않겠하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