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도입 취지 퇴색한 '알뜰폰'… 이통3사 점유율 49.9%, 독주체제 풀 해법은?

전소영 기자 입력 : 2021.12.21 13:32 ㅣ 수정 : 2021.12.22 18:06

'10년 9월 도입 후 각광 받으며 가입자 '껑충'… 11월 현재 1000만명 돌파 / 이통 3사 시장 지배력도 확대… 독점 방지 위한 '점유율 50% 제한'도 무색 / IoT 회선 포함으로 점유율 낮춰 영업 지속… "의미 없다" 무용론까지 제기 / 업계선 "대기업 절대 유리… 中企와 상생 위해 통계방식 재정립해야" 주문 / ICT 전문가 "中企도 요금·품질 면에서 경쟁력 확보 위한 노력 필요"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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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서울 종로구 알뜰폰 스퀘어에서 열린 '알뜰폰 1000만 가입자 달성 기념식'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소비자들은 더 이상 SK텔레콤(대표 유영상)·KT(대표 구현모)·LG유플러스(대표 황현식) 등 국내 3대 통신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 이른바 ‘알뜰폰’를 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당초 알뜰폰은 사실상 이통 3사 독주체제로 돌아가는 통신망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기에 이러한 소비 형태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로 비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알뜰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이통 3사 자회사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알뜰폰 1000만 시대' 이용자 나날이 증가 / 동일한 품질·저렴한 가격

 

알뜰폰은 소비자들의 통신비 절감과 이통 3사에만 집중된 통신망 시장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2010년 9월 처음 도입됐다. 

 

중소 통신사에서 이통 3사의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통 3사와 통신 품질은 동일하면서도 요금이 저렴해 많은 이목을 끌었다.

 

알뜰폰은 실제로도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임혜숙, 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대체로 꾸준히 증가 폭을 보였다. 연말 기준 △2016년 684만명 △2017년 752만명 △2018년 799만명 △2019년 775만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2년간 빠르게 이용자 수가 늘며 2020년 12월 911만명을 넘어서더니, 2021년 11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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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그래픽=뉴스투데이]

 

정부는 알뜰폰 도입 취지에 걸맞게 통신요금 절감에 힘쓰고 있다.

 

음성, 데이터, 단문메시지 등을 사용한 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종량제 도매대가’는 데이터 2.28→1.61원/MB(-29.4%), 음성 10.61→8.03원/분(-24.3%)으로 낮추기로 했다. 특히 데이터 도매대가는 지난해 22.8% 인하한데 이어 올해도 약 30%를 낮추며 처음으로 1원대에 진입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알뜰폰을 통한 요금 절감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알뜰폰을 이용 중인 김모(34)씨는 “이통 3사를 이용할 때는 휴대전화 비용만 8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이제는 인터넷과 TV 모두 합쳐 5만원대에 사용하고 있다. 단순하게 휴대전화만 비교했을 때는 카드 혜택까지 적용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거 같다”며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다양한 통신사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알뜰폰 이용자 최모(55)씨는 “자녀들과 통화하는 정도밖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시어머니를 위해 알뜰폰을 장만해 드렸는데 월 적게는 1000원대, 많게는 2000원대 요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발신보다 수신이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알뜰폰이 훨씬 경제적이다”고 밝혔다.

 

■ 알뜰폰 사용 증가, 이통3사만 노났다? / 자회사 휴대전화 회선 점유율 50% 육박

 

국내 알뜰폰 브랜드는 대략 50~60여곳으로 파악된다. 이중 SK텔레콤의 ‘SK텔링크’, KT의 ‘KT M모바일·KT 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 등 이통 3사의 자회사 5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이통 3사의 통신망만 빌리는 형태의 중소기업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알뜰폰 시장의 점유율은 이통 3사의 자회사들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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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양정숙의원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이통 3사의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 점유율 2019년 12월 37.0%에서 꾸준하게 상승해 2020년 12월 42.3%, 올해 10월 기준 49.9%까지 올라섰다.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올해 3월 기준 222만7000명에서 10월말 297만500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결국 알뜰폰 시장의 휴대전화 회선은 이통 3사의 5곳이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나머지 절반을 수십개의 중소기업에서 나눠먹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2014년 KT와 LG유플러스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용하되, 독점을 방지하고자 점유율 상한선을 50%로 제한하는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이에 따라 이통3사 자회사 점유율 합계가 49%에 달할 경우 자동으로 영업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통 3사가 알뜰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 산정 시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IoT(사물인터넷) 회선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와 IoT를 포함한 알뜰폰 전체 가입자 현황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2019년 12월 기준 이통 3사의 알뜰폰 전체 가입자 현황은 36.1%인 반면 2020년 12월에는 31.3%, 올해 10월에는 32.0%로 집계됐다. 

 

이처럼 순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는 시장에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알뜰폰 시장 전반에서는 오히려 약세다. 때문에 이 둘을 합산해 시장 점유율을 계산하면 정부에서 제한하는 5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가 된다. 

 

■ "대기업 자회사에 유리한 구조" / 중소업체 스스로 경쟁력 키워야

 

이 같은 현상은 이통 3사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 유치에 집중해 발생하는 시장 왜곡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알뜰폰 시장에서 수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 회선을 이통 3사의 자회사들이 장악하면 당초 알뜰폰의 도입이 무의미해지며, 사업 자체가 의미 없다는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장 점유율 산정 방식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정숙 의원은 “이통 3사의 자회사들이 수익이 되는 휴대전화 회선 가입 유치에 주력함에 따라 결국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렀다”며 “알뜰폰 시장을 왜곡하고 통신사 자회사들의 멈추지 않는 시장 점유를 막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 산정 방식을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재 알뜰폰 시장은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 자회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며 “알뜰폰 도입취지에 맞는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대기업 자회사들의 점유율 제한과 시장 현실에 맞는 통계방식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알뜰폰 사업자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법정책 전문가 고려대학교 이성엽 교수는 “알뜰폰은 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요금 인하 등 2가지 목적으로 도입됐다”며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이통 3사의 자회사들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산정 방식 개선 등을 제기하는 건 타당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원히 정부 정책에 의존해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안착되면 이후에는 시장논리에 의해 자체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알뜰폰 중소 사업자들이 아직은 새로운 단초를 찾지 못한 거 같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또 “중소사업자들도 규모를 대형화할 필요가 있으며, 요금이나 품질 브랜드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내부적으로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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