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까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M&A 차일피일 미루는 까닭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우선협상 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대표 강영권)가 쌍용자동차(대표 정용원) 인수·합병(M&A)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말 본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21일 현재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M&A가 내년 3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에디슨모터스가 일정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쌍용차 M&A 양해각서(MOU) 체결부터 미뤄왔다. 본래 우선협상대상자 통보 이후 3영업일 내에 MOU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는 "협의 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휴일을 포함해 5일을 요구했다.
정밀실사 기간도 1주일 더 길어졌다.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끝내야 했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요청으로 지난달 30일이 돼서야 정밀실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밀실사를 마친 에디슨모터스는 "추가 부실이 발견됐다. 향후 투자 유치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매각주간사인 EY한영에 155억원 삭감을 요청했다. 입찰가 3100억원의 5%에 달하는 금액이다. 결과적으로 에디슨모터스와 EY한영은 입찰가에서 51억원을 빼주기로 최종 합의했다.
쌍용차는 본계약이 체결되면 3000억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직원들의 임금과 관계사 대금 지불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계약이 계속 미뤄지면서 쌍용차의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게다가 정해진 기간조차 없어 하염없이 에디슨모터스의 결정만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악용할 수도 있어 쌍용차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에디슨모터스와 주 채권자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쌍용차 자산을 통한 담보 대출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것도 M&A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의 잦은 일정 연기는 쌍용차 M&A 이슈를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이동걸 회장의 퇴임 이후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M&A 일정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정권이 바뀌어 이동걸 회장이 교체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에디슨모터스 강영권 회장은 "쌍용차 인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 1조6000억원의 절반 가량을 쌍용차의 자산과 시설을 담보로 산업은행에 대출을 요청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의 지원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발전 전략은 제 3의 전문기관 평가가 필요하며 전문기관의 검증이 부적합하다고 나올 경우 발전 전략을 다시 수립하거나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참여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이 주도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쌍용차 본계약 체결 시점을 묻는 뉴스투데이 질의에 "공식적인 회사 입장은 아니지만 강영권 회장이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올해 안으로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2월 잔금을 치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