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직접 나서 해명했지만… 공정위, "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 위법성 있다" 판단
SK·최태원 회장에 '시정명령+과징금 16억' 부과 / "계열사 사업기회 이용한 사익 편취 행위" 지적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SK그룹 지주사인 SK㈜(회장 최태원, 이하 SK)와 동일인인 최태원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됐다.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해명 노력에도 공정위는 끝내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22일 SK가 특수관계인 최태원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과된 과징금은 SK와 최태원 회장 등 각 8억원씩이다.
앞서 SK는 지난 2017년 LG그룹 계열사인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이하 실트론)의 주식 3418만1410주(51%)를 현금 6200억원에 샀다. 또 나머지 지분 49% 중 19.6%는 다시 SK가, 29.4%는 최 회장 측과 계약 관계에 있는 특수목적회사(SPC)가 취득하는 방식으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같은 해 11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내놨다. 공정위에 조사도 요청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 15일 전원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출석을 요구받지 않은 최 회장이 재벌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해 주목을 끌었다. '절차상 위법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같은 최 회장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익 편취 의혹을 인정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는 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잔여주식 29.4%도 취득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대표이사이자 SK의 동일인 최 회장이 취득할 수 있도록 인수 기회를 합리적인 사유 없이 포기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의 잔여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실제 SK는 실트론 주식 취득 당시인 지난 2017년, 내부적으로 잔여 지분 인수도 추후 결정하기로 검토했지만 최 회장이 인수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이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사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장동현 부회장이 입찰 참여 뜻을 접은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SK 임직원이 매도자인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 협상을 가지는 등 최 회장이 잔여주식 29.4%를 취득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 금지) 제1항, 제3항, 제4항에 근거해 제공 주체인 SK에게 8억원, 제공 객체인 최 회장에게 8억원 등 과징금 총 16억원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기회 제공 행위와 사실상 동일한 행위를 규제하는 상법에 ‘회사기회 유용금지’ 조항이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적용한 소송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이용해 계열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처음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공정위가 제재한 사익편취 행위와는 다르게 자연인인 동일인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며 “사업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직위의무자가 사업기회를 포기해 제공객체가 이를 이용하도록 하는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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