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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의 JOB채 (71)

SPC의 경쟁체제는 진화조건, 허진수의 ‘글로벌 영토확장’과 허희수의 ‘BM혁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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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입력 : 2021.12.31 07:55 ㅣ 수정 : 2021.12.31 10:44

허진수 사장의 3세 경영체계로 무게중심 이동/ ‘왝더독’ 가능성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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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수(왼쪽) 파리크라상 사장과 허희수 SPC 부사장. [사진=SPC그룹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진화생물학의 대원리는 적자생존(適者生存. survival of the fittest)이다. 환경에 적응하기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자연선택된다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종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이렇게 볼 때, SPC그룹 오너인 허영인(72)회장이 최근 단행한 ‘아들 인사’는 흥미롭다. 장남인 허진수(44) SPC그룹 글로벌 BU그룹장(부사장)이 30일 인사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했다. 내년 1월 1일자 발령이다. 허진수 사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체제’로의 이동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하지만 허진수 사장으로의 승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부친인 허 회장의 큰 그림은 좀 더 섬세하다. 허 회장은 한 달여 전인 지난 11월 말에 차남인 허희수(43) 부사장을 경영에 복귀시켰다. SPC그룹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계열사인 섹타나인의 신규사업 책임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지난 2018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 경영에서 배제된 지 3년만이었다.

 

당시 허 회장은 극도의 실망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부사장을 재기용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두 사람은 한 살 차이 형제이면서 스타일도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허진수 사장은 1977년생이고 허희수 부사장은 1978년생이다. 허 사장은 장남 특유의 안정감을 가진 성격인데 비해 허 부사장은 아이디어가 넘치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허진수 사장, '글로벌 식품기업' 진화 지휘 vs. 허희수 부사장, '미래 먹거리' 개발

 

허 회장은 이번 일련의 인사를 통해 이 같은 차이를 염두에 둔 것 같다.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했다. 장남은 ‘가업 발전’, 차남은 ‘미래 먹거리’ 개발이다. 

 

허 사장에게는 빵과 아이스크림과 같은 식품산업이라는 기존 BM(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 영토 확장을 맡겼다. SPC그룹이 성장한계에 도달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위상을 굳혀나갈지가 주목된다. 

 

허 사장은 그동안 ‘가업 계승자’로서 꾸준히 능력을 입증해 왔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허 회장과 같은 미국 제빵학교(AIB)를 수료한 뒤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다. SPC그룹은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420여개의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해외 법인 매출액도 지난 2017년 3645억원에서 2019년 4427억원으로 성장추세이다. 

 

허 사장은 지난 10월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했다. 허 사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 등에 힘입어 올해 SPC그룹은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허 부사장에게는 퀵서비스 등을 포함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BM혁신'을 책임지게 했다. 

 

허 부사장은 지난 11월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경영 배제 상태에서 그냥 쉰 게 아닌 것 같다. 절치부심하며 ‘사업구상’에 몰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 부사장이 총괄하는 섹타나인은 지난 23일 배스킨라빈스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배라 팩토리’를 론칭했다. 메타버스 상의 가상체험을 통한 놀이를 제공함으로서 배스킨라빈스의 매출을 증대하는 서비스이다. 허 부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차세대 커머스’라는 게 SPC 측 설명이다. 

 

‘퀵커머스’는 허 부사장의 또 다른 승부처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공룡’들과 경쟁하겠다는 목표이다. 배달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SPC그룹의 다양한 식품을 기반으로 삼아 시장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과 같은 신규사업을 론칭해 대박을 터뜨린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경험은 새 BM 추진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SPC그룹의 진화를 어떤 쪽이 주도할 지, 그 판세는 예측불허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은 만연해 있다. 예컨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미국의 아마존은 거대 물류기업으로 진화해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집어 삼켰다.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기업이 산업을 지배한다. 

 

■ 지분구도 역시 유동적, 지주회사 파리크라상의 허영인 회장 지분 63.5%의 향배가 관건 

 

지분구도 역시 유동적이다.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의 지분율은 허 사장 16.31%, 허 부사장 11.94%이다. 허 부사장이 경영배제 됐을 때 허 회장이 지분 일부를 허 사장에게 승계해 형제 간의 격차가 벌어졌다. 허 회장의 지분율은 4.64%에 불과하다. 그러나 SPC삼립의 지분율은 경영권 승계의 변수가 아니다. 

 

지주회사 지분승계가 관건이다. SPC삼립의 최대 주주는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이다. 지분율이 40.66%이다, 그런데 파리크라상의 오너 일가 지분율은 100%이다. 허 회장의 지분율이 63.5%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허 사장 20.2%, 허 부사장 12.7%, 허 회장 부인인 이미향 씨 3.6% 등이다.  

 

허 회장이 보유한 파리크라상 지분 63.5%의 향배가 앞으로 SPC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판가름 짓는다. 파리크라상은 제과점인 파리크라상 및 파리바게뜨, 커피전문점 파스쿠찌, 버거전문점 쉐이크쉑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서깊은 식품문화기업 SPC의 치열한 BM경쟁은 바람직해  

 

SPC는 단순한 제빵기업이 아니다. 1945년 창업자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이 1945년 창업했던 상미당에서 출발해 삼립식품 시절을 거쳐 오늘에 이른 유서 깊은 ‘식품문화 기업’이다. 한국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먹거리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삼립 호빵이나 크림빵은 1970년대 풍속의 역사를 담고 있다. 차가운 겨울에 호호 불면서 먹는 따끈한 호빵은, 성장시대의 별미였다.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즐겼다. 파리크라상은 고급빵을, 배스킨라빈스는 고급 아이스크림을 각각 대중화했다. 많은 한국인에게 파리크라상과 배스킨라빈스는 부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유년시절 추억의 장소이다.   

 

그런 SPC그룹이 형제 간의 치열한 BM 경쟁을 통해 자연선택될 수 있다면, 한국경제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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