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위반” “직권남용” “기반 붕괴”… 새해 벽두에도 뒤숭숭한 낙농가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지만, 낙농가 주변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구조를 바꾸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제도 개선안에 대해 낙농가단체들이 “법률 위반”, “직권 남용”, “기반 붕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의 내용이 담긴 낙농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음용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치즈·버터·분유 등 용도별로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205만t 수준을 생산해 쿼터 내 201만톤은 리터당 1100원, 쿼터 외는 리터당 100원을 낙농가가 수취하고 있다.
이를 음용유는 현재 수준의 가격에, 가공유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업체가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아울러 농가의 소득 감소는 막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구매량을 205만t에서 222만t으로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와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회장 맹광렬) 등 낙농가단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결국 '수입산 증가, 자급률 하락' 초래를 우려하고 있다.
낙농가단체 한 관계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도 도입은 낙농가 소득안정이 아닌 유업체에 쿼터삭감 면죄부를 부여하고 수입산을 장려하는 제도에 지나지 않다”며 “결과론적으로 정상쿼터가 16% 삭감해 낙농가 소득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농식품부는 또,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낙농진흥회 이사 수를 늘려 보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낙농진흥회는 이사 15명 가운데 7명이 낙농업계 관계자로 구성됐다. 낙농진흥회 회장을 더하면 낙농업계 인사만 8명이다. 그만큼 낙농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확률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농식품부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수를 23명으로 늘리고 정부와 학계, 소비자, 변호사, 회계사 측 인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생산자 측이 반대하면 이사회를 여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이사의 3분의 2 이상 참석’이라는 개의 조건을 삭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낙농가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낙농진흥회 이사가 정부 편향 인사로 구성돼 생산자 등 이해 당사자는 실무 논의에서 완전 배제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낙농가단체들은 “이해당사자간 대안을 합의한 후 규정 개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맹광렬 회장은 “정관개정을 통해 생산자의 교섭권을 묵살시키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정부가 민법과 낙농진흥법을 스스로 위반한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낙농문제를 왜곡하면서 생산주체인 낙농가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정부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정치권을 상대로 한 합리적 투쟁과 정부를 상대로 한 강경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낙농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낙농산업 전반에 변화와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