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회장, 빅테크 경쟁 ‘마이데이터’ 싸움…전통방식 고수 시 ‘필패’ 할 수도
[뉴스투데이=최종호 기자]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올해는 금융지주사들과 빅테크사(社)와의 플랫폼 서비스 경쟁이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초기 단계라 금융소비자들에 어떤 식으로 각인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며, 금융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이 합쳐져 빅테크사에 필패(必敗)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라이선스 획득 금융사들에 의해 시범 운영됐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4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지난 3일 신년사를 통해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금융 대장주 자리를 차지한 것에 하나 같이 불편한 심기와 두려움을 내비쳤다.
특히 윤종규(KB)·김정태(하나) 회장은 빅테크사 소속 금융기업을 거론하면서 이익과 규모면에서 월등히 앞서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냉혹한 현실을 개탄했다.
또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자사의 금융 디지털 플랫폼이 고도화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조용병(신한)·손태승(우리) 회장은 디지털 혁신 전쟁이라 표현하면서 금융 플랫폼 전반을 변화시켜 경쟁에서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만만한 게 아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하 인뱅)들은 대출 사업을 대대적으로 실행하지 않고도 시가총액 경쟁에서 금융지주사들보다 우의를 점했다.
이에 비해 금융지주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시중은행이 대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다. 금융사들이 지금의 전통적인 사업 방식으로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밖에 없고 자본시장에서도 인뱅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금융사들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안으로 금융 소비자의 유입을 확대하는 것과 머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에 있어 소극적 행보를 보여 문제라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 핀테크 업계 주요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들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완결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면서 “금융사들이 단순히 사업 주도권을 경쟁사들에게 우의를 빼앗길 수 없고 모두 다 하는 분위기라 참여하는 식의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성공을 점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서툴 수는 있으나 고객정보를 활용한 사업을 성공보다는 배우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며 “금융사들이 그동안 플랫폼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안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하게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 빅테크사에 밀리는 이유에 대해 생활서비스로 시작해 금융업으로 진출한 그들과 달리 우리는 금융업으로 시작해 생활서비스로 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 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은 IT 기술 혁신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금융사별 직원 채용도 공대 출신의 IT 기술자들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외부에서 IT 전문가를 영입해 금융지주사 및 은행 고위 임원의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박정은 한국마케팅관리학회장(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은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금융사들이 시스템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데 경향을 띄고 있는데 고객 가치를 고찰하는 부분은 부족해 보인다”며 “우수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제품을 고객이 좋아하는 상품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업 전제가 AI·빅데이터로 전환된다고 해서 감성적인 부분과 인간성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사고가 더욱 요구되는 시기”라며 “좋은 제품을 판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금융지주사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장 진행에 있어 가장 걸림돌을 전문가들은 ‘보수성’ ‘폐쇄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시장에서 확보된 고객 정보를 이윤 생산과 연계 분석해 새로운 데이터로 보유했지만, 같은 조직 내에서도 공개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카카오를 이겨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볼 때 온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사 경영진들은 임기가 정해져 있어 현실에 안주해 문을 닫고 있지만 핀테크사(社)들은 경쟁이 곧 기업 존폐와 직결돼 있어 임하는 자세가 달라 승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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