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CJ대한통운 승부수 던져, “택배 노동자가 무보수 분류작업 하는지 정부가 조사하라”
사회적 합의 이행여부 두고 노사가 딴 소리/ 정부 조사서 거짓말 드러난 쪽은 도덕적 치명상 입어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한국의 택배노동자는 아직도 배달물품에 대한 ‘무보수 분류작업’에 시달리고 있는가.
지난 해 정부여당의 중재로 "분류작업은 더 이상 택배노동자의 업무가 아니다"는 내용을 명시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했다. 택배노동자가 무보수 분류작업 부담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과로사’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합의는 지난 3일부터 전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가 ‘무보수 분류작업’으로부터 해방됐는지 여부에 대하서는 노사 간 주장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야말로 진실게임 양상이다. 둘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 택배노조, "64%가 아직도 분류작업 시달려" vs. CJ대한통운 사측, "국토교통부가 조사해서 진실 가려달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는 사측이 사회적 합의를 저버리고 있다면서 6일로 열흘 째 총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날 CJ그룹 본사 앞에서 4차 총파업 결의대회도 열었다. 김태완 수석부위원장 등 조합원 10여명은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에 맞서 CJ대한통운 사측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택배업계 전체에 대해 사회적 합의 이행여부를 실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표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고 6일 밝혔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 대상인 모든 택배사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과로사대책위까지 포함해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주체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안까지 제안했다.
CJ대한통운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조사에서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아직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 날 경우,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형사상 책임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택배노조 주장이 거짓말 혹은 과장으로 결론지어 진다면,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차가워질 수도 있다.
CJ대한통운 측은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데도 근거 없는 왜곡과 일방적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현장 실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만이라도 악의적 비방을 중단해 줄 것을 (택배노조에)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 측은 "이미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 문제를 두고 합의 주체들이 모여 이행 점검회의를 다시 개최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의 실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평하지 않은 셈이다.
택배노조는 이번 총파업에서 택배요금 인상금액 공정분배, 급지 수수료 인상 등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핵심은 ‘무보수 분류작업’ 폐지이다. CJ대한통운과 같은 대기업이 노동자에게 무보수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전제가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지난 4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만600여명에게 온라인 설문 링크를 담은 문자를 발송해 958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은 결과, 응답자의 64%가 '개인별 분류 작업이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3일은 과로사의 주된 원인이자 공짜 노동인 분류작업으로부터 택배노동자들이 해방된 날로 기록돼야 하는 역사적인 첫날이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분류작업을 위한 인력 비용을 택배노동자들이 분담하고 있다는 답변이 나오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는 택배노조가 언급한 ‘이행점검회의’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양측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봐야 감정만 격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사측의 제안대로 중립적 위치에 있는 국토교통부가 택배현장을 객관적으로 조사해 진실을 규명하는 게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