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초특가 라이브 쇼핑 VOGO의 풀 버전 광고를 본 느낌은 황당, 아니 엽기에 가깝다.
김범수가 광고주에게 제품 홍보를 위해 자청해서 소개 멘트를 하겠다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광고주는 “대놓고 광고하기 싫으니 김범수 씨는 그냥 라이브(노래)에만 신경 써 주세요, 저희는 이 명곡과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영광입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그들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김범수는 말 그대로 앞에서 노래만 부르고 중요한 작전은 콜라보 팀들이 수행한다. 마치 초대가수에게 노래하라고 시켜놓고 개그맨 둘이 싸이코처럼 코러스를 넣는 코미디 빅리그의 인기코너 “싸이코러스”처럼 말이다.
김범수의 히트곡 “보고 싶다”를 “VOGO 쉽다”로,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를 “밀키트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그릴”로 바꿔 부른다. 이 정도는 새 발의 피다. 노래 가사가 나올 때마다 코러스와 쇼핑호스트들이 능청스럽게 발음이 유사한 상품으로 가사를 바꾸고 쇼핑 방송을 진행한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외국인 가수와의 콜라보다. 아무리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이라도 노래를 부를 때 한국인의 발음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광고는 이러한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 특징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가사를 교묘하게 바꾼다. 마치 과거 개그맨 박세민이 “All by myself”를 “오빠 만세”로 “let me in your body talk”를 “냄비 위에 밥이 타”로 불렀던 팝개그처럼 말이다.
이 광고의 피날레는 자기가 아끼는 노래 가사를 마구 바꿔 부르는 관계자들의 음모를 보며 허탈해 하는 김범수가 매니저에게 왜 이 노래가 이렇게 롱런하는지 아냐고 묻는 대목이다. 김범수는 “그건 아마도 대중들의 감성을 건드려서 일거야“라는 자조 섞인 대답으로 마무리한다.
위 광고가 개사의 위력을 보여준 광고라면, 지금 소개할 광고는 유명 팝송의 가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트레블월렛의 블프편 광고다. 광고에 사용된 곡은 빌보드 Hot 100과 UK 싱글차트를 동시에 석권하고 2012년 Grammy Award의 ‘Song of The Year’을 수상한 미국 3인조 밴드 Fun. 이 부른 “We are young”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2012년 슈퍼볼 쉐보레 광고에 삽입되며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고, 국내에서도 모 자동차 광고와 다양한 오락 및 다큐프로에 삽입되기도 했다. 또한 페스티벌 중 떼창으로 밴드를 감동시킨 곡으로도 유명하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인 해외수수료 0원이라는 사실을 We are young이라는 노래의 영어 가사 중 young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발음이 같은 숫자 0으로 바꿔 We are 0(우리는 수수료가 0이다)으로 활용한 대목이다.
과거 광고 음악은 대부분 BGM이나 CM송 둘 중 하나였다. 히트곡을 개사하거나 팝송의 가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활용한 새로운 시도는 광고의 주목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핵심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여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 뿐만 아니라 광고를 볼 때 마다 개그 프로만큼이나 재미와 웃음을 준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