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분사·규제… 겹악재에 시름하는 카카오, 탈출구는 어디쯤?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대표 여민수, 조수용)가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꾸준히 발생하는 계열사 분할 논란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먹튀’ 사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최근 차기 카카오 대표 내정자였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주식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며 카카오의 추락에 불을 지폈다. 류 대표는 결국 지난 10일 자진사퇴를 선언했지만 카카오를 향한 국민의 불신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심 이반과 더불어 카카오 그룹주의 주가 동반 폭락도 시작됐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9만7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과 비교하면 2.32% 올랐지만, 지난해말 11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15% 넘게 빠진 수치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도 처음으로 5만원선 이하로 떨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임인년(壬寅年) 새해 증시 개장 첫날인 지난 3일 5만9100원에 거래되다 지난 12일에는 4만9300원으로 16% 이상 떨어졌다.
게임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도 올해들어서만 주가가 20% 가량 급락한 모습을 보였다.
주주들은 카카오의 ‘스타트업식 운영’이 이번 주가 추락의 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카카오 주식을 보유한 직장인 A씨(33세, 남)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간다는 점에서 그동안 카카오의 운영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모은 자산을 카카오에 투자했지만 사세가 확장된 것에 비해 경영 의식은 아직 ‘하(下)’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부터 카카오모빌리티 등 다양한 카카오 자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그러면서 카카오 브랜드 파워가 오히려 분산돼 악재로 작용할 것 같아 그 또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도 “돈이 되는 회사들을 모두 쪼개 물적분할에 나서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카카오의 성장성을 해치진 않을까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카카오 주가 하락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을 꾸준히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대한 정부의 플랫폼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성장세 둔화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카카오에 집중된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여당 대선 후보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최소 대선까지 카카오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