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최근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차기 회장직 도전에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건 발생 시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의무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함 부회장은 처벌 수위를 납득할 수 없다며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진행했고 1월 말이나 2월 초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현행법 상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의무 위반을 단죄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 1심 재판부는 함영주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관리 감독 의무를 고의적으로 외면해 다른 이사들의 위법 행위 등에 대해 알지 못하였다면 감시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최근 판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펀드 판매가 불완전했을 시 법률에 의거해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금융회사 대표가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소홀로 책임을 지는 것은 논외로 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다만 부실 펀드를 만드는데 판매 금융사가 공모했다면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문제에 대한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다는 것이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펀드를 만드는 것과 판매하는 것은 동떨어진 계념인데 일반인들을 이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펀드를 만든 쪽에서 책임이 큰데도 불구하고 판매자에 대한 책임이 높아지는 부분과 대표자의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주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1심 판결이 함영주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기조로 해서 금융당국이 징계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커 회장 직에 도전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하나은행이 부실한 사모펀드 판매가 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에 대해 함영주 부회장이 고의적으로 외면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미루어볼 때 금융당국의 징계가 온당하며 오히려 양형 수위도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변호사는 “함영주 부회장이 내부통제시스템 가동을 적게나마 형식적으로 했다면 법률상으로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이는 상급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하나의 펀드만 불완전판매 했을 경우는 금융당국의 징계가 과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두 번 이상 판매했을 시 가중해서 양형해야 하기 때문에 법적 논리로 충분히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함 부회장에 대해 부실 펀드 불완전판매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해 한 번만 징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은 판매된 부실 펀드 하나하나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소홀을 문제 삼아야 하는데 함 부회장이 관련 징계를 한 번 받았다고 해서 추가적이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됐다.

 

당시 금감원은 함 부회장이 부실 펀드 한  개를 전임 행장에게 이어 받은 것이라 문제될 게 없고 이후 판매된 각각의 부실 펀드에 대한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은 하나은행 내부적인 일이기 때문에 문제 삼을 게 없다고 답변했다. 

 

이 문제를 질의한 국회 이용우(더불어민주당·정무위원회) 의원은 금감원의 판단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추가적인 질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사모펀드 판매 관련해 재판부도 함영주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고 금융당국도 친 금융사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도 금융당국의 입장에 대해 존중하고 있는 상태라 함 부회장은 적어도 사모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소홀을 놓고 사법 리스크를 벗어낼 것이 유력시 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대해 유화적이라 함영주 부회장 입장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있어도 항소를 통해 버티면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권이 바뀌게 될 경우 금융당국의 기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함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최근 사법당국이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에 대해 연이은 무죄 판결 했기 때문에 함영주 부회장도 여기에 편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판매 관련해 내부통제시스템 관리 감독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8월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점도 함 부회장에겐 호재다.

 

김 교수는 “사법당국이 손태승 회장을 무죄 판결해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법적 리스크가 있어도 항소를 통해 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면서 “함영주 부회장은 사모펀드 관련 소송 외에도 채용 관련한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은 있으나 현실적으로 회장 직에 올라서는데 걸림돌이 될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공시적으로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최근 회장추천위원회는 후보군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회추위는 다음달 최종 후보자(숏리스트)를 정한다.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후보를 추전하고,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