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1기의 수확..."이재용 부회장 준법경영 어느때보다 확고"
준법위 체제 '한계성' 드러내...이사회 중심 경영 안착 목소리도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김지형 전(前) 대법관을 필두로 한 삼성의 외부 독립기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1기가 이달을 끝으로 2년간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을 계기로 공식 출범한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대(對)국민 사과부터 무노조 경영 폐기, 4세 경영 승계 포기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삼성 내 준법 문화를 안착시켰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지형 준법위 1기 위원장은 준법경영을 향한 이 부회장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준법위 앞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찬희 전 변호사협회 회장이 다음달부터 위원장으로 이끌어갈 준법위 2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각계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 준법위가 불러온 삼성의 변화...준법경영 체제 뿌리 내려
앞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을 맡은 재판부는 삼성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했고 삼성은 이를 계기로 2020년 2월 준법위를 출범했다.
준법위 주요 권한과 역할은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 △계열사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높은 사안 검토 △계열사별 준법감시제도 점검과 개선 권고 등이다.
1기 준법위는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위원장을 선두로 고(故)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봉욱 전 대검 차장, 성인희 삼성사회공헌업무 총괄 사장, 심인숙 중앙대 법대전문대학원 교수 등으로 꾸려졌다.
준법위의 최대 성과라면 단연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다. 준법위는 출범 한 달여 만에 불법 경영권 승계, 사측의 노동조합 탄압 등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직접 사과해 줄 것을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이를 수용하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그는 향후 경영권 승계 관련 법적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히며 자녀들에게도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 철폐와 준법 문화 정착, 시민사회 소통을 약속했다.
지난해 8월에는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와 노동, 시민사회 소통은 1기 준법위가 출범 당시 설정한 3대 준법의제이니 만큼 당초 계획된 성과 상당 부분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 2기 준법위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준법위가 아닌 기존 이사회 개편 주문도
분명한 성과만큼 아쉬움도 작지 않다. 준법위는 '삼성의 파수꾼'으로 독립성·객관성을 잃지 않겠다는 당찬 포부와는 다르게 ‘국정농단 재판용’이라는 꼬리표가 달고 출발선에 섰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로부터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보장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준법위 내부에서는 성과보다는 목표 달성에 의미를 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전문가들과 함께 ‘대기업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 개선방안을 논의한 토론회에 참석해 향후 삼성의 준법경영 내실화를 위한 발판을 1기 준법위가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 목표는 성공이나 완벽한 성과가 아니었으며 새 경험을 쌓은 것”이라며 “그 목표는 일단 이뤘으며 이제 남은 과제는 그 경험을 밑거름 삼아 더 먼 길을 함께 걸어 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향후 2기 준법위에서는 이전과 다른 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의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조직이나 제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며 “누가 하든 준법감시 리스크를 세밀하게 유형화하고 맞춤형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룹 리스크와 계별 회사 리스크는 결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 중기, 장기 등 시기별 로드맵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현재 준법위는 독립성·자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와 권한은 기본적으로 준법위에 참여하는 삼성 계열사 이사회가 만든 협약을 따르게 되는데 이 협약은 언제든지 개정 가능하다”며 “(준법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계열사 이사회에서 준법위 탄생부터 성장·발전·소멸 등 전 과정과 업무와 권한, 예산까지 정할 수 있다”며 “결국 (준법위 자율성·독립성은) 총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준법위 실효성 논란 배경인 이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대안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목받는다. 지배주주·기업집단 위법행위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복잡한 지분구조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단순화와 더불어 강화된 이사 지위를 토대로 한 이사회 중심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며 “더불어 공정거래법에 기업집단 차원 준법감시를 구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찬희 신임 위원장도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객관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고 소통하며 2기 준법위를 운영해 삼성의 준법 문화 정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준법위라는 외부기구를 두지 않고 기존 이사회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겸 금융경제연구소장인 이상훈 변호사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사회라는 공식 기구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비공식적인, 태스크포스(TF) 형태 외부기구(준법위)에 준법경영에 관한 감시·통제 권한을 맡긴 것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이사회 중심으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1일 준법위가 맡은 감시 기능을 이사회 권한 사항으로 명문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요청을 담은 공문을 삼성 7개 계열사에 전달했다. 준법위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은 이사회 권한과 책임 에 따라 결정·집행돼야 할 사항이므로 이를 외부기구에 맡기는 것은 책임경영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의견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삼성 2기 준법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