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그룹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중 ‘리딩뱅크’ 주인공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에 힘입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나란히 4조원대 순이익 달성으로 박빙의 승부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 실적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비(非)은행 부문 성적이 이번 리딩뱅크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딩뱅크란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우량은행을 뜻한다. 통상 은행권에선 당기순이익이 가장 높은 은행이 이름을 올린다.
■ 4대 금융그룹 역대급 호실적···순이익 33% 증가 전망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전년 대비 33.3% 증가한 14조9273억원이다.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12조2114억원이다. 이미 전년(2020년) 기록인 10조8143억원을 넘어섰다.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 전이지만 역대 최대 타이틀은 이미 따놓은 셈이다.
금융그룹의 이 같은 호실적은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정부 대출규제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금융그룹 핵심인 은행들은 예대마진(예금-대출금리 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 KB-신한 순이익 4조원 돌파···격차 1300억원 불과
매년 금융그룹 실적 발표 때 관심을 끄는 건 리딩뱅크 왕좌에 누가 앉을 거냐다. KB금융이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리딩뱅크를 수성할지, 신한금융이 재탈환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실적 기준 2017년부터 2020년까지만 놓고 봤을 때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쟁은 무승부다. KB금융은 2017년 리딩뱅크를 차지했지만 2018년과 2019년 신한금융에 내준 뒤 2020년 다시 뺏어오는 데 성공했다. 4년 동안 2번씩 리딩뱅크 자리를 나눠가졌다.
지난해 실적을 두고 펼치는 이번 경쟁도 여느 때처럼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4조4948억원, 4조3653억원으로 나란히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망치대로라면 리딩뱅크를 차지하는 건 KB금융이지만 차이가 1300억원 수준인 만큼 실제 실적 발표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20년 KB금융이 승기를 잡을 때도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차이는 406억원에 불과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로 봤을 땐 KB금융이 리딩뱅크에 한 발 앞서 보인다”면서도 “규모가 4조원이나 되는 만큼 1000억원대 차이는 적다고 볼 수도 있다.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낮지만 잔존한다”고 말했다.
■ 3분기까지 은행 실적은 큰 차이 없어···비은행에서 희비
지난해 3분기까지 성적표로 봤을 때도 KB금융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7722억원으로 신한금융(3조5594억원) 대비 2128억원 많았다.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선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2003억원과 2조1301억원으로 702억원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희비를 가른 건 비은행 부문이다.
KB금융의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자료를 보면 당기순이익 기준 △KB국민카드(3741억원·46.6%↑) △KB증권(5433억원·60.5%↑) △푸르덴셜생명(2556억원·63.2%↑) △KB손해보험(2629억원·44.3%↑) 등 대부분 비금융 계열사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신한카드(5387억원)와 신한라이프(4019억원)가 각각 14.6%, 5.5% 증가하는 등 KB금융 대비 성장세가 약했다. 신한금융투자는 3675억원으로 99.1%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모든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고르게 성장한 만큼,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은행 부문 성장을 이어가면서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얼만큼 끌어올렸을 지가 이번 리딩뱅크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에겐 선두 유지, 신한금융에겐 추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은행 수익은 실질적으로 은행들이 2007년부터 수익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던 성과로 보여진다”며 “최근 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비중이 30%까지 올라왔는데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향후에는 비은행 중 해외법인에서 나오는 수익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