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새로운 먹거리 ‘가상자산’…시장 확장성 풍부, 차기 정권 전폭 지원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시장을 공략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자산의 일평균 거래가 증시를 앞도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을 받는 모습을 보이자 시중은행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는 유가증권을 사고 파는 것에서 끝나지만, 가상자산은 다양한 형태로 통용이 가능해 시장성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증시의 판도를 변화시켰던 MZ세대들이 대거 가상자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것도 시중은행들이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최근 여야 대선후보들이 MZ세대들의 표심을 의식해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위한 공약을 내놓은 것도 시중은행의 마음을 흔드는 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용할 때를 대비해 시중은행들이 사용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1차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누가 만들고 보유하고 어떤 경로로 유통됐는지 알기 힘들다. 이 같은 문제로 가상화폐는 테러 자금과 비자금, 마약 유통 자금 등으로 활용돼 세간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왔다.
그러나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유통시키기 때문에 가상화폐의 역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CBDC가 금융소비자들 간에 통용될 때를 대비해 실명 인증된 사이버 지갑을 통해 유통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를 마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CBDC를 통용할 것을 대비해 우리가(국민은행)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예측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1차 테스트를 마쳤다”면서 “정확한 서비스 형태는 한국은행이 선보이는 CBDC 모델을 보고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 보수성 버리고 가상자산 투자 집중
지난해만해도 시중은행들은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도권에 안으로 유입시키는 과정에서 시중은행을 통한 실명계좌 발행 계약이 필요했다.
국내 수많은 가상자산 거래소 중 단 4개소만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K뱅크와 계약할 수 있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계약할 당시도 시중은행들이 갖고 있는 보수성과 충돌해 많은 잡음이 흘러나왔다.
현재는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유통 및 활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사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직접적인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직접 가상화폐 발행해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DBC 유통과 함께 자체적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테스트 및 검증을 완료했다”며 “앞으로 우리금융이 자체적으로 발행할 가상화폐를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시장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가장자산 발행 및 유통할 경우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 방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제도권으로 들어가고자 할 때는 반드시 ‘트래블 룰’(자금이동 추적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국내 4대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거래 계좌 은행 계약 당시 트래블 룰 구축 요구를 깐깐하게 요구했었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KYC 룰’(고객 자산 투자 기조적 정보) 도입까지 요구하면서 가상자산의 투명한 거래 시스템 보완이 더 까다롭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KYC 룰 도입으로 지금까지 거래해 온 고객들은 다 사라진 것이나 진배없다”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데 거래의 투명성이 과하게 요구되고 있는 성향이 있어 업계가 얼마나 성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다양한 사업 모델 확장 가능한 ‘가상자산’
가상자산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NFT’(대체불가토큰)와 ‘디파이’(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가상화폐를 담보로 한 예금과 대출 등 금융 서비스)등의 사업 확장 필요성이 대두된다.
NFT의 경우 사이버 시장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재화(財貨)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과 아바타 등이 사용하는 물건 등에 가상자산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최근 그래픽 디자인 예술품도 NFT 범주에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NFT 적용 재화들이 주로 가상화폐로 거래되기 때문에 가치가 이중으로 상승하게 된다. NFT 가격도 오르고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가치도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두 개의 가치가 동시에 하락할 수도 있다.
앞으로 NFT 시장은 온라인 게임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명 온라인 게임이 NFT를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이슈가 됐다. 다만 거래의 투명성과 개인 정보 보호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필터링을 거치게 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게임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NFT를 적용한 게임의 세계 동시 접속자가 130만 명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시장성은 충분하다”며 “아직 NFT 사업이 초기 단계라 얼마나 확장될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게임사(社)들도 눈길을 돌리고 있어 시장이 커질 것 같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디파이의 경우 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한 양상이다. 아직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상태며 가상화폐가 유가증권 거래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향방을 유추하기는 힘들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경우 해당 기업의 자산이 있지만, 가상화폐는 없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가의 변동 폭이 심하기 때문에 담보 대출을 내주기에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 세금 문제 해결부터, 여야 대선 후보 전폭 지원
최근 여야 대선 후보가 MZ세대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차기 정부에서 가상자산은 자본시장에서 유망한 종목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특히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놓고 완화된 공약을 두 후보가 동시에 발표해, 거래의 투명성 및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으로 얻은 수익에 대해 주식처럼 5000만원까지 비과세로 하겠다”며 “과세에 있어 선(先) 정비 후(後) 과세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주식처럼 과세하겠다는 것은 세무 전문가 및 거래소 업계에서 요구해왔던 것으로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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