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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불똥 떨어진 재계, 해법 마련에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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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완 기자
입력 : 2022.01.31 08:35 ㅣ 수정 : 2022.01.31 08:35

애매한 법규가 기업 경영에 치명타 줄 수도
건설·조선·철강사, 철두철미하게 안전 확보에 신경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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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이제 잠시 방심하면 기업 총수가 감옥으로 가는 시대가 됐습니다. 대기업인 원청이 공사 현장 안전교육을 강화해도 현장 근로자가 이를 무시해 사고가 난 경우에도 기업 최고경영자가 처벌 받는다면 어느 누가 사업을 야심차게 펼치겠습니까. 사업을 사실상 접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국내 A기업 업체 임원 B씨)

 

중대재해법이 이달 27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사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처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히 건설사, 조선사, 철강사 등 외부 또는 공장 활동이 잦은 업종 기업들은 한숨만 내쉬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되며 사업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근로자가 숨지면 CEO를 포함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리게 된다.

 

사실상 국내 모든 대기업에 관련법이 적용되는 만큼 대기업들은 근로자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 취지는 이해하지만 명확한 법 적용 가능할 지 의문

 

위험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안전을 보호 하고 산업재해를 최소화한다는 방향의 법안 취지는 바람직하다. 다만 모호한 규정 때문에 법안이 확대해석 돼 경영진이 억울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스스로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경영진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재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예로 현장 근무하는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건강 악화로 숨지게 됐을 경우 기업 경영진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아무리 기업이 방역과 근로자 보호에 최선을 다했을지라도 누구든지 급격한 건강악화는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중대재해법에는 상황별 상세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지 않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새 법규는 ‘사업 현장에서의 중대재해사고’라고만 언급해 법적용 기준이 애매하다는 게 문제다. 기업이 작업자 안전을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기업 수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과연 공정하냐는 논란이 나올만 하다.

 

이 뿐만 아니라 통근 버스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가 논란이다. 기업의 버스 관리 또는 통근 시스템 관리에 따른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진이 이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되지만 버스기사의 운전미숙이나 탑승자의 안전의식 부재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진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고 발생 때 귀책사유를 특정인으로 규정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든지 애매한 상황이 속출할 수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법의 오적용에 따라 피해를 받는 집단은 분명히 생길 수 밖에 없다. 무작위적 확률로 억울한 처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 기업, 중대재해법 대책 마련에 발 빠른 행보... '이현령비현령' 법규 원천 봉쇄 

 

국내 주요기업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규 시행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건설사 가운데 하나인 삼성물산은 기존 2개 팀이었던 안전환경실을 7개 팀으로 늘려 안전보건실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또한 안전 전담 연구조직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 자문위원회'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부터 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전담팀과 설계안전성검토(DFS) 조직을 만들어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대표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최고안전책임자(CSO)에 노진율 사장을 선임하며 “앞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사장 역시 “안전에 관한 시설, 장비, 교육 등 모든 것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안전부문 인력 20% 증원과 현장 유해요인 확인과 개선을 위한 신규 위험성 평가시스템 구축, 고(高)위험 공정 종사자 대상 체험·실습형 안전교육 강화 등 안전 담당 조직을 강화하고 안전 인프라 구축과 교육을 늘린다. 

 

국내 대표 철강사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다. 포스코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아래 안전환경본부를 두고 안전과 보건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 안전기술 적용 확대, 교육 활성화 통한 지식근로자 육성, 현장 불안전 발굴과 개선 등에도 속도를 낸다. 

 

포스코는 또한 설 연휴 전후 2주를 ‘특별 안전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포항·광양제철소 내 공사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수 개월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현장 인명사고를 줄이자는 근본 취지는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법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기업 총수까지 위협하는 구조에서는 기업들로서는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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