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다이나믹스(Dynamics) (5)] 같은 듯 다른 ‘네이버’와 ‘쿠팡’의 물류전략
상위 이커머스업체들은 현재 풀필먼트 물류인프라 확보전쟁 中
물류전략의 여러 아이디어는 IT와의 융합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된 것?
쿠팡은 폐쇄형 All-in-One전략, 네이버는 Best-of-Breed 물류생태계 구축전략
이는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이라는 각자의 비즈니스 전략을 반영한 결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경기대 SW경영대학 겸직교수] 2021년 이마트가 이베이(거래금액 20조원)를 인수하면서 SSG닷컴을 포함한 신세계는 총 24조원으로 국내 이커머스업계 2위로 등극하였고, 이에 따라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는 마감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가장 재밌다는 3파전, 삼국시대로의 재편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성을 얻고 있다. (※실제로 플랫폼 거래금액 기준으로 2019, 2020년 연속 증가한 업체는 네이버, 쿠팡, SSG닷컴 3곳이 유일하다)
그럼 1~3위(네이버, 신세계, 쿠팡) 전쟁의 핵심은 무엇일까?
확실한 점은 이들 모두 ‘풀필먼트 서비스’라 불리는 물류인프라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세부를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판이하다.
예로 쿠팡의 대명사인 ‘로켓배송’, ‘쿠팡맨’ 같은 물류형태가 1위 네이버(27조원) 이커머스에는 없다. 또한 쿠팡 물류는 만년 ‘적자’구조인데, 네이버의 이커머스 분야는 우수한 영업수익성 실적을 보이고 있다.
• 쿠팡은 정통 ‘소셜커머스’ vs. 네이버는 ‘오픈마켓’의 후예
불과 5~6년 전을 돌아보면 이커머스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오픈마켓 진영(옥션,G마켓,11번가)과 소셜커머스 진영(쿠팡,위메프,티몬)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특히 ‘온라인 임대업’ 이라 할 수 있는 오픈마켓에서 보관, 운송과 같은 물류인프라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반면에 쿠팡은 선택한 구매품목의 보관 및 핸들링을 위해 풀필먼트서비스 목적의 자체 물류센터(CFS, Coupang Fulfillment Service) 구축이 전제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로 탄생한 쿠팡맨/로켓배송 같은 독특한 물류서비스가 세간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플랫폼을 구축하여 직접 판매가 아닌 중개 역할만 수행. 반면에 소셜커머스는 법률상 ‘통신판매업자’로서 최종 판매책임을 지며, 담당MD가 상품선별과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에 상품을 제안)
그럼 당시의 네이버는 어땠을까? 직접적인 오픈마켓 경쟁업체도 아니었고, 검색플랫폼 내에서 가격비교 및 네이버페이 결제서비스 제공은 했지만, 실제 풀필먼트센터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여기서 잠깐... 도대체 풀필먼트센터는 일반적인 물류센터/창고와 어떻게 다를까? 아마존이 Fulfillment By Amazon이라는 FBA서비스를 입점 판매자들에 제공한 것이 시초이며, 기존 물류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입고, 재고관리, 피킹, 분류, 배송 기능은 동일하다. 다만 기존의 네고/계약 과정은 표준화된 계약조건/서비스요율체계로 대체되어 소량/다품종 판매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물류서비스를 받도록 표준체계를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장기 전세 대신 월세나 단기 렌트 형태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물류의 ‘풀필먼트’ 아이디어는 사실 IT환경의 클라우드 개념과 유사하다.
즉, ‘클라우드’는 쉽게 말해서 S/W개발업체에게 서버/이중화, 네트워크, 보안 같은 것은 우리 전문가가 합리적인 가격에 책임질테니 고객은 S/W개발에만 집중하라는 서비스이다.
동일하게 이커머스 판매자에게 ‘풀필먼트’는 기본 물류기능 즉 상품보관, 배송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테니 판매자는 본업인 영업/주문관리에만 집중하라는 서비스를 말한다.
특히나 소량다품종 이커머스 판매자에게 있어 ‘풀필먼트’는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서비스가 되어 버렸다.
• 네이버 성장과 ‘물류생태계’ 기반 고유의 ‘풀필먼트’ 완성
네이버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46만의 중소상공인을 위한 스마트스토어와 450여개 자체 브랜드 온라인몰 운영업체에 물류를 포함한 end-to-end 이커머스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네이버는 단기간에 이커머스의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단기간의 양적인 성장을 위해 네이버가 취한 물류전략의 핵심은 각 분야별(일반상품, 신선식품, 패션, 가구, 명품 등) 판매자들에게 맞는 맞춤형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네이버는 각 분야별 풀필먼트 강소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네이버만의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라는 물류생태계를 만들게 되었다.
네이버의 풀필먼트 전략을 보면, 과거 ERP 같은 IT시스템 도입 때 활용되었던 Best-of-Breed 전략을 떠올리게 된다.
즉, 단일 벤더의 통합솔루션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울 경우, 기능별/모듈별로 여러 벤더의 최고의 솔루션을 조합해서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였던 IT구축전략이 Best-of-Breed였고, 네이버의 NFA 아이디어 역시 IT와 물류의 융합이라는 배경 하에서 과거 IT전략에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 쿠팡과 네이버의 물류전략 비교: All-in-One vs. Best-of-Breed
소셜커머스 기반의 쿠팡은 자기 브랜드의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효율화된 물류에 집중했으며, 자가 방식의 All-in-One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전국 30여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12개 지역과 MOU를 체결(전북 천억원, 경남 3천억원, 충북 4천억원, 부산 2200억원) 총 1조원이 넘는 물류센터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투자금액을 지역에 재투자하고 있다.
반면에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의 유통을 지원하는 물류인프라를 제공한다는 ESG전략에 의거해서, 덜 엄격하지만 저렴하면서 판매자 맞춤서비스가 가능한 NFA라는 물류생태계 전략을 선택하였다.
이는 어쩌면 애플의 iOS와 구글의 Android 전략을 보는 것과 같다.
정리하면 쿠팡은 소셜커머스 차원의 자체 물류망 효율화 관점에서 폐쇄형(closed) in-house 개발/운영방식을 택하였고, 네이버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Best-of-Breed NFA ‘생태계’ 전략을 도입하게 된 것인데, 이는 각자의 비즈니스 전략에 부합하는 물류전략 선택의 결과이다.
이커머스 삼국시대로의 전환기에서 과연 ‘풀필먼트’ 전쟁의 최후 승자가 누구일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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