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도 스마트폰처럼 업그레이드'... LG전자 20년만에 내놓는 ‘UP가전’ 전략
올해 약 20종 제품 가운데 SW와 HW에 새 기능 추가하는 '맞춤형 업그레이드'
MZ세대 겨냥한 D2C(기업-소비자 직거래 비즈니스) 서비스로 고객 확보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전광석화와 같은 기술발전으로 오늘의 첨단제품은 내일이 되면 구형모델로 전락한다. 이에 따라 최고사양, 최신형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다가도 1년, 아니 불과 몇 달만 지나면 그 사이 새롭게 출시된 제품과 비교해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새로운 제품을 구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LG전자(대표이사 조주완)가 이러한 소비자 심리를 꿰뚫어 기존에 사용 중인 제품 기능을 업그레이드(Upgrade) 해 사용할 수 있는 ‘UP(업)가전’ 전략을 내놨다. 올해 약 20종에 이르는 제품군 가운데 UP가전 신제품을 출시해 소프트웨어(SW)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까지 소비자에게 필요한 새 기능을 추가하는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는 SW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능이 진전됐지만 가전제품에서 이러한 과정은 흔치 않다. 게다가 SW와 더불어 HW 업데이트는 이전에는 보기 힘든 이례적인 서비스다.
항상 새 제품처럼 사용하면 할수록 더 편리해지는 가전제품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해도 모자란다. 다만 업그레이드에 따른 투입 비용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과연 업그레이드가 새 제품 구매보다 가치가 있는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LG전자가 내놓은 'UP가전 전략'에 시선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 LG전자 'UP가전’ 새로운 화두로 제시
류재철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UP가전을 업계 새 화두로 제시했다.
UP가전은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구매한 후에도 업그레이드로 새 기능을 추가해 새롭고 나에게 더 맞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UP가전은 제품 출시 이후에도 사용자의 제품 사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니즈(Needs, 욕구), 페인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등을 파악해 고객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 등을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업그레이드는 LG전자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LG ThinQ)를 통해 제공된다. 사용자가 등록한 제품에 새로운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면 휴대폰 알람이 전송되고 이를 수신한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업그레이드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UP가전 트롬 건조기 오브제컬렉션 SW 업그레이드를 통해 건조 정도를 기존 5단계에서 13단계로 더욱 세분화해 더욱 섬세한 의류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UP가전은 확장성을 고려해 SW뿐만 아니라 제품에 별도 부품을 추가 장착해 HW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새롭게 반려동물을 키우킨 소비자를 위해 트롬 세탁기·건조기 오브제컬렉션 SW를 업그레이드하면 첫 구매 때 없던 펫케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데 펫케어 전용 필터, 건조볼 등 액세서리를 함께 구매해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LG전자는 올해 세탁기, 건조기, 워시타워, 얼음정수기냉장고, 식기세척기, 휘센 타워, 에어로타워, 공기청정기, 홈브루 등 약 20종 제품군에서 UP 가전 신제품을 꾸준하게 선뵐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계속 진화하며 내 삶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전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익숙한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늘 새 제품을 사용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UP가전에는 올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혁신적인 고객경험 제공’이라는 기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고객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기획부터 운영, 개발을 전담할 100여명 규모의 전담 조직까지 갖추는 등 UP가전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부사장)은 “UP가전을 통해 소비자 삶과 새로운 소통을 형성해 늘 새 것 같고 사용할수록 더 편리해지며 똑똑해지는 제품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UP가전 전략, MZ세대 소비자에 통할까
사실 LG전자는 일찌감치 UP가전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에도 “가전제품도 PC처럼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는 시대가 왔다”며 가전제품 SW 업그레이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LG전자는 원격제어 기술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폰과 컴퓨터로 외부에서 집안 가전제품을 조작해 소비자에게 추가 비용 없이 신제품 사용 효과를 누리도록 했다.
과거 SW 업그레이드만 제공하던 것과 달리 HW 업그레이드까지 겸해 새롭게 탄생한 UP가전 소식에 일부 언론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SW 업그레이드만으로 기존 가전을 새 가전처럼 이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책정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20대 소비자 천 모씨는 “업그레이드 보장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기적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득이 될 수 있다”며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제품을 중고로 되팔고 보태서 새 제품을 구매하는 번거로움은 줄어들어 제품 교체 주기는 더욱 길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모씨는 그러나 “HW 부분은 일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다 보니 업그레이드가 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거 같다”며 “비용이 어느 정도 들지 모르지만 그만큼 투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30대 소비자 김 모씨도 “SW 업그레이드 이점은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한 바에 따라 기대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HW는 잘 모르겠다. 향후 HW 업데이트가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기존 스펙을 따져보고 구매한 제품에서 보태고 보태서 사용하는 것이 과연 일정 기간 사용 후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무엇이 이점일지 잘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LG전자는 이러한 지적에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LG전자는 “올해 1월 출시된 가전 6종에 대해 UP가전 라인이라는 이유로 가격을 높이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이후에 개발될 UP가전은 새 형태가 될 수 있어 아직 나오지 않은 영역에 대해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또 “업그레이드는 가전을 쓰는 내내 계속 보장될 예정"이라며 "HW는 추가 비용이 들 가능성이 있지만 소비자 부담은 덜 들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비자 비용 부담을 줄인 장기 업데이트 전략대로라면 제품 교체 주기 연장, 연구개발 비용 부담 등에 따른 기업 수익성 위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전자 역시 수익성 위축 가능성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부담을 안고서라도 새 제품을 통해 새 소비자를 유입하기보다는 기존 소비자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다.
LG전자는 “내부에서도 매출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UP가전에 대한) 가치를 느끼고 이를 인정하면 어떤 형태로든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결국 소비자에게 집중하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UP가전 전략에 뒤따르는 과제에 대해 향후 LG전자의 깊은 고민이 예상되는 가운데 마케팅 전문가는 D2C(Direct to Customer, 기업-소비자 직거래 비즈니스) 서비스 확대를 주문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MZ세대(20∼40대 연령층) 소비 특성에 적합한 UP가전을 기반으로 한 LG전자의 D2C 서비스 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서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UP가전에는)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소비 권력층인 MZ세대가 기대하는 맞춤식 서비스를 충족하기 위한 일종의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 큐레이션(개인취향 분석 후 추천)이 반영됐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프리미엄 제품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남들과 다른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업그레이드에 따른 비용 부담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서 교수는 “이제 기업에서 제공하는 옵션을 소비자가 수요에 따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D2C 방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며 “2019년 나이키가 세계 최대 이커머스 ‘아마존’을 떠나 아마존 몰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D2C 전략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LG전자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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