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63)] 청와대의 이집트 K9 자주포 수출 홍보가 논란을 빚는 진짜 이유
방산비리 척결 강조하던 문 대통령, ‘한화디펜스’의 10여년 노력이 빚어낸 결실을 순방 성과로 만들어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청와대의 적극적 해명에도 이를 바라보는 야당과 언론의 시선 곱지 않아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청와대는 최근 이집트에서 10여년 만에 K9 자주포 수출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K9 자주포 수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수출입은행의 과도한 대출 등 계약 조건과 관련한 논란을 빚으면서 실질적 성과가 없는 ‘외유성 순방’이란 비판까지 제기됐다.
청와대가 대출 규모와 이자율, 상환 시기 등을 공개하지 않자 성과에 급급해 불리한 조건을 수락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영업 비밀을 까라는 얘기인데 이게 애국 행위인가”라고 반박했다.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해국(害國) 행위’로 보는 것이다.
그는 “다른 선진국도 다 수출입은행 조건을 끼고 하는데 왜 그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조건을 밝히면 다음 나라에는 어떻게 수출을 하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야당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순방 기간 중에 계약하라고 했다면 우리 기업에 굉장히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야당과 언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동안 현 정부는 국산 무기체계의 수출보다는 방산 비리 척결에 주안을 두었으며, 방산 분야의 주요 직책과 정부가 임명권을 가진 방산기업에 비전문가들을 앉히는 등 방위산업 육성·발전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 현 정부, 방산 수출보다 방산 비리 척결 차원에서 접근해온 측면 강해
일례로 역대 방위사업청장 중 두 번째로 오랜 기간(2년 4개월)을 근무한 왕정홍 직전 청장은 감사원에서 장기간 근무한 감사 전문가로 방산 분야는 문외한이다. 그는 재직기간 내내 방산 수출을 위한 ‘다파고’를 열심히 외쳤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반면 방위사업청의 방위사업감독관실 기능은 상당히 커졌다. 정부가 방위산업을 어떤 시각으로 보았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다.
현 정부에서 2020년 신설한 청와대 방위산업담당관(2급) 또한 비전문가가 계속 보직되는 자리로 전락했다. 이 직책은 방산 전문가가 임명돼 방산 수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들이 차후 승진을 위해 거쳐 가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초대 최용선 국장에 이어 이용국 국장 모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10개월 정도 근무하고 영전했다.
이와 같이 현 정부는 그동안 방산 수출보다 방산 비리 척결 차원에서 접근해온 측면이 강했다. 그러다가 방산업체들이 오랜 기간 노력하여 수출 가능성이 나타나는 시점에 방산 전문가인 강은호 청장이 우여곡절 끝에 보직되면서 정부의 역할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얻어진 결실을 대통령의 순방에서 이뤄낸 성과로 만들려다가 논란이 빚어진 측면이 강하다.
■ 대통령 의지와 정부 지원 필요성 뒤늦게 인식하며 전문가 임명 부각돼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방산 수출 계약을 둘러싼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소회를 밝힌 점은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수출 상대국의 조건과 요구가 산업협력과 기술이전, 금융지원까지 다양하고 까다로워져 범부처 차원에서 기업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정부를 독려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이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이런 내용을 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이집트 순방에서 대통령의 의지와 범부처 차원의 정부 지원이 방산 수출에 필요함을 확실히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대통령이 기업과 협의하고 설득해 제시한 최종의 ‘윈윈’ 조건임을 이집트 측이 알 것”이란 내용도 있어 문 대통령의 생각이 계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번 사례를 통해 문 대통령이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중요함을 인식했다면 정말 다행스럽다. 이런 인식이 뿌리내려야 청와대 방위산업담당관 등 방산 분야의 주요 직위에 방산 전문가 임명이 당연시 된다. 전문가들은 “방위산업은 일반산업 분야와 완전히 다른 특성이 있어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청와대가 ‘한 일도 없이 숟가락을 얹고 있다’는 야당과 언론의 지적에서 자유로워지려면 평상시 방위산업 육성·발전에 관심을 가지면서 방산 분야의 주요 직위에 전문가를 보직함은 물론 방산 수출의 컨트롤타워로서 정부 지원을 주도하는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방산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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