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삼성 금융계열사(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가 비은행권 최초로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 금융계열사는 삼성카드의 주도로 다음달 중 통합 앱의 베타버전(시험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지난해 4월 삼성화재가 174억원, 삼성생명이 143억원, 삼성증권이 74억원을 분담하고 삼성카드가 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하는 내용의 공동협약을 체결해 통합 앱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통합 앱을 통해 오픈뱅킹, 보험료 결제와 같은 통합 금융서비스와 내차 시세 조회, 신차 견적, 부동산 시세조회 등 자동차‧보험 서비스, 각 계열사 데이터를 활용한 정보성 콘텐츠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앱이 출시되면 핀테크 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금융계열사 중 삼성화재와 카드가 각 1000만명,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이 각각 820만명과 4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3200만명이다. 중복가입자 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2000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빅테크 업체인 카카오페이(2000만명)‧네이버페이(1600만명)‧토스(1200만명)과 비슷하거나 큰 규모이며, 은행권 1위인 KB국민은행(1500만명)보다 월등한 규모다. 지난해 7월 기준 1500만명 규모를 기록한 삼성페이까지 연계된다면 시너지는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확정받아 1년간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삼성생명에 암 입원 보험금 미지급 등과 관련해 기관경고를 통보했다.
삼성생명은 암보험 가입자들에게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지난 2018년부터 가입자들과 분쟁을 이어왔다. 기관경보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금융사와 그 자회사는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삼성생명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심사는 그간 금감원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돼 왔다. 금융당국의 통보에 따라 향후 1년간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제재 확정이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로 미뤄지게 돼 신사업 허가 제한 기간도 늘어나게 된다.
다른 금융사와 빅테크사가 이미 마이데이터 시장에 뛰어들어 후발주자가 된 삼성카드는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통합 앱 출시가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업체들이 이미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삼성 금융계열사 고객 정보만 모을 수 있는 것은 한계다. 하지만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손해보험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참여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삼성카드 측은 통합 앱 출시에 대해 "통합 앱 구축을 준비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출시시기 및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통합 앱 출시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계없이 지난해 초부터 추진된 것"이라며 "삼성페이와의 연계 가능성도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기관경고 통보와 관련해 "이제 막 종합검사 결과를 받아 내용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신사업 진출 제한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