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3년만에 첫 파업' 가능성에 속앓이…현실화되면 파급력은?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2.09 16:28 ㅣ 수정 : 2022.02.09 16:28

24시간 작업 필요한 반도체 특성상 파업 영향 커
대체인력 충분해 노조 사측 압박에 역부족 지적도
"영업이익 25% 지급 요구는 주주 반발 부추기는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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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해를 넘기고도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금협상 차질로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갈등 해결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까지 내며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가 1969년 설립한 이래 첫 파업이 된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 대비 10%에도 미치지 못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도체처럼 24시간 풀가동이 요구되는 사업은 대체인력이 충분하더라도 타격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상 첫 파업 기로에 선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이번 제안이 삼성전자 노조원 파업을 잠재울 변곡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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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임금교섭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삼성전자 노조 “연봉 1000만원 올려달라”

 

갈등의 시작은 2021년도 임금협상 교섭이 시작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8월 창사 52년 만에 첫 노사 단체협약을 맺은 후 같은 해 10월부터 임금협상을 시작해 총 15번 교섭을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로 이뤄진  공동교섭단은 사측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공동교섭단 측에 전달한 임금협상 최종안에는 조합원 후생과 재해 방지를 위한 조합발전기금 3000만원 지원, 노사 상생협의체를 통한 임금피크제와 임직원 휴식권에 관한 제도 개선 협의 등만 포함돼 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했던 임금 관련 부분은 제외됐다. 

 

노조 요구에 삼성전자는 임직원 대표로 꾸려진 노사협의회에서 규정한 기존 임금인상분 외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내부 기구다. 삼성전자는 매년 2~3월 무렵 노사협의회와 함께 그해  임금인상률을 정하는데 이렇게 결정된 2021년도 임금은 기본인상률 4.5%에 성과인상률 3%를 합한 총 7.5%다. 

 

노조 내부의 반대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회사가 제시한 임금협상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90.7%가 반대해 결국 부결됐다.

 

당시 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노조 위원장이 사퇴하고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비대위가 책임지고 조합원 뜻대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을 통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고 사측에 맞서 더 큰 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고 지난 4일 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접수한 상황이다. 

 

만일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조 쟁의권이 확보된다. 조정신청 이후 10일간 조정기간을 감안하면 이달 중에도 파업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파업까지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며 언제든 노조와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 12개 계열사 노조들까지 삼성전자 노조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삼성노조연대)는 지난 8일 ‘삼성연대 2022년 임금인상과 제도개선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들의 6대 요구안에는 △2022년도 임금 공통 10% 인상 △포괄임금제 폐지와 고정시간외 수당 기본급 전환 △각종 수당 통상임금 산입 △OPI 세전이익(초과이익성과금) 20% 지급 △TAI(목표달성장려금)과 OPI 평균임금 산입 △임금피크제 폐지와 정년 65세 연장 △복리후생 개선 등이 포함됐다.

 

삼성노조연대는 “삼성에서는 아직까지도 노사협의회가 노동조합인 것처럼 버젓이 판을 치고 있지만 노사협의회는 노동조합과 엄연히 다르다”며 “우리는 투쟁을 원하지 않는다. 삼성 사측이 노사 평화·상생을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꿔 협상을 위한 공동교섭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25% 지급은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약 51조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12조원이 넘는 금액"이라며 "이를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할 경우 삼성전자 주주에게 돌아가는 주주환원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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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5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임단투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파업 기로에 놓인 삼성전자 결말은

 

노조 파업이 실현됐을 때 삼성전자, 그리고 노사 관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둘로 나뉜다. 

 

우선 파업이 이뤄지더라도 노조가 얻는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는 대략 4500~5000명 선으로 파악된다. 이는 전체 직원수 11만3965명의 4% 수준에 불과하다. 

 

파업에 참여할 인원은 제한적이고 충분한 대체인력을 고려했을 때 파업은 사업장 가동 중단으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파업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추후 성과급이나 인센티브 불이익 등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노조도 극단적 상황까지는 나아가긴 쉽지 않을 거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등 생산라인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전 직원의 4%는 큰 비중은 아니지만 노조에 소속돼 있는 직원 절반 정도가 기흥캠퍼스 등 반도체 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이 24시간 풀가동 돼야 하며 작업 중 미세 오차 발생하면 이에 따른 손실이 천문학적이다.  이에 따라 파업으로 반도체 사업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100% 보장되지 않는다면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은 최근 2022년 임금인상과 관련해 기본인상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15% 이상을 사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기본인상률 4.5%를 3배 이상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 밖에 고정시간외 수당, 임금피크제 개편, 성과인상률 체계 투명화, 하계휴가 도입 등도 노조 요구사항에 담겨 있다.

 

노사협의회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올해 임금인상률을 논의한다.  만일 이달 안에 합의안이 마련되면 내달부터 인상된 연봉이 적용된다.

 

노조 파업을 의식한 파격적인 제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노사협의회 제안을 노사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제안이 삼성전자 노사간 갈등 해결 단초를 마련하는 회심의 카드가 될지, 아니면 갈등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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