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CJ ENM의 사업부 분리 계획이 연기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이후 ‘물적분할’ 이슈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를 두고 12일 한 전문가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미흡한 기업과 주주의 소통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CJ ENM 물적분할 재검토…“주주 우려, 규제 변화 등 시장 상황 급변”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9일 콘텐트 부문을 물적분할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타이거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번 물적분할은 지난 2017년 드라마 전문 사업부인 ‘스튜디오드래곤’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제2의 스튜디오’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사업부 분리 계획 공시 이후 CJ ENM의 주가 하락과 정치권의 물적분할 규제 움직임 등 환경이 좋지 않아져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 측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결정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 금감원장·대선후보들 “물적분할 제도 개선 필요”
과거부터 시장에서 소액주주 보호 문제 등 물적분할에 대한 문제가 잇달아 제기된 가운데,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전후로 금융계와 정치계에서 관련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여의도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물적분할 제도 개선에 대해 언급했다.
정 원장은 “물적분할 후 상장의 첫째 이슈는 소액 투자자 보호 문제”라며 “이런 부분은 자본시장법뿐만 아니라 상법도 계제가 될 수 있어서 금감원이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대선후보들도 물적분할에 대해 입장을 내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모·자회사 동시 상장 관련 규정 정비와 물적분할 후 상장 시 신주를 모회사 주주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등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신사업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는 취지의 공약을 제시했다.
■ 전문가 “물적분할 제도 개선 좋지만 문제 본질은 회사와 주주 간 소통 부재”
한편 한 전문가는 물적분할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업과 주주 간 소통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물적분할로 나타나는 부작용은 일부 증상일 뿐, 본질적인 문제는 지배구조”라며 “현재 국내 시장은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상장기업은 주식분할 결정 과정에서 세계적 기업보다 주주소통과 관련 정보의 제공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주주소통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며,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2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식분할을 반대했으나, 기관투자자들이 꾸준히 요구해 2년 후인 2014년 주식분할을 단행한 애플의 사례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시장의 경우 이사회 개최 전 어떤 내용이 논의될 것인지 공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반면 국내 시장은 (이사회 내용 공시가)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위한 의안 정보의 제공을 정책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일론 머스크 등 해외 CEO들이 자기 보유분을 매도하기 몇 달 전 해당 사항을 공시하는 것도 주주소통의 한 부분”이라며 “이처럼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강행규정으로 강제하기보다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주주활동의 일환으로 공시를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물적분할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고 인적분할을 대체재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업황에 따라 효율성을 비교해 양자택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