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4대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이 같은 성과의 근간으로는 은행의 견고한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 계열사의 약진이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가산이자를 높여 예대마진을 크게 상승시킨 게 실적 상승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특히 증시 투자 열기로 금융지주 계열사들 중 하나인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도 전반적인 실적 상승을 주도했다.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5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3208억원으로 이익 규모가 작았지만 이 역시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보험사들의 경우 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가져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들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 인정 비율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으로 금융지주사의 자금 변동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달러 회귀 현상이 발생해 금융사들의 수익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 은행 여신사업 성장주요 원인, 올해 다양한 수익원 찾아야
금융지주사의 주요 수익원인 은행들이 2조원 초·중반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 게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은행별 당기순이익은 △국민은행 2조5908억원 △신한은행 2조4944억원 △하나은행 2조5704억원 △우리은행 2조3755억원 등이다.
은행들이 고른 성장을 보인 것은 여신사업 실적 개선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2020년 대비 여신사업이 9.0%, 7.9% 각각 성장했다.
이처럼 은행의 여신사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집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 관련 대출 취급액이 늘어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증시 및 가상화폐 투자 열기로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도 은행의 여신사업 신장에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 강화에 따라 은행들이 깐깐하게 운영하다보니 여신사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기업대출의 비중을 늘려야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000억원 차이로 4대은행들의 당기순이익 1위와 4위가 나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은행들이 기업대출과 비이자수익 확대를 얼마만큼 늘렸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 비이자수익 계열사 역할 증대, 증권사 카드사 약진
금융지주사의 비이자수익 계열사들의 당기순이익 총 합산 비중이 전체 4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우리금융을 살펴보면 전체 2조5879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비이자수익 계열사의 합산 순이익은 4905억원에 불과하다. 비자수익 계열사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비이자수익 계열사가 많은 KB금융은 1조6521억원, 신한금융은 1조6623억원, 하나금융 1조291억원의 당기순이익(비이자수익 계열사 총 합산)을 각각 기록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비이자수익 증가 중 눈에 띄는 변화는 증권사의 약진이다. 증시 투자 열기와 대형 IPO, 꾸준한 IB 실적 등으로 KB증권은 59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5066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20년 대비 23.3%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 비이자수익 계열사 총 수익의 절반을 하나금투가 담당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3208억원에 머물렀고 우리금융은 증권사가 없어 비이자수익 계열사의 수익 증가에 있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카드사들의 약진도 금융지주사의 비이자수익 개선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67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KB카드는 4189억원을 우리카드는 20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각각 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비이자수익 계열사 수익 중 40.9%를 우리카드가 담당했다.
보험사의 경우 △KB손해보험 3018억원 △푸르덴셜생명(KB금융) 3362억원 △신한라이프 3916억원 등의 당기순이익을 신하며 금융지주사의 안정적인 비이자수익 계열사로 자리매김 했다.
■ 리딩뱅크 수성·탈환 결정 ‘관리비용’ 절감 크게 작용
일반 관리비용이 얼마나 소요됐는지도 금웅지주사 수익 개선에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KB금융(7조2009억원)과 신한금융(5조7431억원)의 일반 관리비용을 단순 비교해도 1조4578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이 일반 관리비용 3000억원 이상을 절감했을 경우 KB금융은 리딩뱅크의 자리를 내줬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사들에게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둘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으로 수익 일부를 자산으로 편입시켰다.
또 디지털 금융 전환에 따른 시스템 구축 자금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희망퇴직 비용 증가가 일반 관리비용 증가에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지주사들은 다양한 지출 요인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경비율(CIR)을 크게 개선됐다. 금융지주사별 CIR 비율은 △KB금융이 49.7% △신한금융45.3% △하나금융 44.0% △우리금융 47.5% 등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