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삼성전자 부사장' 카드의 승부처는 인텔의 ‘역로비’ 돌파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경제안보’ 정책에 대한 대응전략은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경영과제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이래 미중 경제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굳히기 위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국을 버리고 미국 편에 줄을 서라는 명시적 요구이다.
줄을 서면 충분한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바이든이 올해 상반기 입법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명 ‘반도체 지원법’이 그것이다. 미국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 기업에 대한 막대한 세제지원과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 미국 비중은 1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급망 재편과 반도체 지원법 등의 정책 수단을 통해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37%를 차지했던 1990년대 ‘미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기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만큼 절박해 보인다. 미국이 다시 반도체 대국으로 재기해야 제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혁명시대의 주요 제조업은 반도체 칩을 핵심재료로 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바이든 구상은 올해 실현될 전망이다. 지난 해에 52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의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입법화를 추진했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40%의 세액 공제 및 보조금 지급 등이 그 골자이다. 이 법안은 지난 해 6월 상원을 통과했으나 하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 하원은 대신에 지난 4일(현지시간) 자체 마련한 ‘미국 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을 통과시켰다. 상원의 법안에 담긴 520억달러 규모 반도체 투자와 함께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해 45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미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된다. 상원은 지난 해 통과시켰던 미국혁신경쟁법안과 미국경쟁법안 간의 협의 조정 과정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에 최종 법안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역대급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바이든의 공급망 구상에 합류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약 170억 달러)을 투자해 파운드리 2공장을 짓기로 했다. 테일러시는 막대한 세제지원을 약속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약속을 받고 파운드리 산업에 뛰어든 인텔이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지난 해부터 “삼성전자, TSMC와 같은 외국기업이 미국에 투자해도 지원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역로비’를 펴고 있다. 이 같은 인텔의 행태는 수시로 돌출 할 수 있다.
지속적인 인텔의 역로비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마크 리퍼트(48) 전 주한미국대사를 북미지역 대외협력 총괄팀장(부사장)으로 부사장으로 영입할 것으로 11일 알려져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유튜브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책총괄 담당인 리퍼트 전 대사와 이직에 관한 조건 등을 최종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워싱턴 정가의 인맥이 두터운 인물이다. 의회와 행정부를 넘나들며 일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상원 의원이던 2005년 당시 보좌관을 지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는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이후 미국 보잉,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유튜브 등에서 대관 및 정책 담당을 했다.
대표적 친한파 인사로 꼽히는 리퍼트 전 대사의 승부처는 인텔의 ‘ 지속적인 역로비’ 돌파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 역대급 투자를 단행하는 삼성전자가 미 행정부와 의회의 대대적인 반도체 산업 지원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조율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 외교라인의 협력이 보태진다면 금상첨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