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49일째'...CJ대한통운 “노조에 법적 대응” vs. 노조 “택배 총파업” 평행선
[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의 파업이 49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CJ대한통운(대표 신영수)과 노조가 뚜렷한 견해차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택배노조 전체 파업을 고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를 “집단폭력 가해자”라고 칭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간 견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물류 차질을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고 ‘폭력’을 운운하며 점거농성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헐뜯는 치졸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며 “정작 답해야 하는 핵심 문제에 입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오는 15일부터 파업 조합원들이 전원 서울로 상경해 무기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21일부터 우체국‧롯데‧한진‧로젠의 쟁의권 보유 조합원들이 하루 경고 파업을 실시해 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21일 이후에도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택배노조 전체로 파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연말을 앞두고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측은 택배비 인상분 배분과 분류작업 대체인력 투입 등을 두고 사측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인상한 택배요금 170원 중 50원 정도만 사회적 합의 이행에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회사 배불리기에 쓰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택배요금 인상분은 170원이 아닌 140원으로 택배요금의 50% 이상이 택배기사들에게 수수료로 들어간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분류작업에 대해 노조 측은 900여명 중 64%가 분류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회사측은 5500여명이 넘는 물류지원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이번 파업에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2만명 가운데 1650명(8%)이 참여했다. 전체의 10%도 안 되는 인원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노조 가입률이 높은 경기도 성남·수원·시흥·안산·안성·여주·용인·의정부·이천·포천, 경북 포항, 경남 창원, 울산 등에서는 택배 수거, 배송 지연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 파업 이후 ‘작업에 복귀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해온 CJ대한통운 측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나가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3일 “택배노조는 폭력점거 과정에서 강화유리를 깨기 위해 미리 준비한 망치로 임직원들을 폭행하거나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이 자행한 집단폭력에 평화로운 점심시간을 즐기려던 회사원 3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과 불법은 합리화될 수 없으며 불법을 외면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속하게 법과 원칙에 기반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도 11일 임직원들에게 “택배노조 파업과 본사 불법점거·집단폭력으로 심신의 상처를 입은 임직원들께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우리 회사는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경쟁사 대비 월등한 처우와 작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택배노조는 일방적 주장을 펼치며 회사 노력을 폄훼하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신 대표는 또 불법점거로 피해를 본 임직원들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가 시작된 이후 CJ대한통운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전거래일 대비 5.62%(7000원) 하락한 11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