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NH농협은행(행장 권준학)이 올해 퇴직연금(IRP) 사업 강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주요 시중은행 중 최하위 수준인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려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단 목표다. 이를 위해 농협은행은 포트폴리오 확대와 고객 편의 증대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15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 IRP로 나뉜다. 시장에서 확정급여형을 선택하는 고객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 재원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근로자가 퇴사하게 되면 근속연수 등을 고려해 연금 또는 일시금 형태로 지급받게 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확정급여형 수익률(원리금 보장·비보장 합계)은 0.96%로 국민(1.25%)·신한(1.21%)·하나(1.36%)·우리(1.19%) 등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0%대를 기록했다.
확정기여형과 개인형 IRP 수익률 역시 각각 1.37%, 1.54%로 하위권이다. 특히 개인형 IRP 수익률의 경우 하나(2.72%)·신한(2.68%)과 1%포인트(p)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그간 퇴직연금 사업은 농협은행의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이 경쟁 은행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은 보수적 투자 성향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공서 공무원과 농·축협 직원 등 주요 고객층이 수익률은 낮아도 안정적 투자를 추구하고 있단 설명이다.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실적배당형) 상품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예금·국채 등으로 구성돼 수익률이 안정적이다. 반면 원리금 비보장형은 펀드 등에 투자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있지만, 운용 결과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퇴직연금 포트폴리오가 안정적 성향인 원리금 보장형에 편중될 경우 전체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농협은행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만 봤을 땐 수익률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일례로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개인형 IRP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10.06%로 신한(12.06%)·국민(10.55%) 다음으로 높다. 다만 운용 잔액이나 비중이 높지 않아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을 견인하는 건 역부족이었다.
최근 금융시장의 추세를 볼때 퇴직연금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8년 말 190조원에서 2019년 말 212조2000억원, 2020년 말 255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1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고객 유치 움직임에 따라 은행권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잔액·수익률 제고로 고객 이탈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모으고 있다.
농협은행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본격적인 퇴직연금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농협은행에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물론 증권사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 관리 전문가로 꼽히는 권준학 농협은행장이 퇴직연금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경쟁력 강화를 이끌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싱글사인온(SSO) 솔루션으로 로그인 연동성도 높였다. 최근 금융권 필수 요소인 가독성·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또 올 1분기 중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검토 중이다. 고수익을 원해 증권사로 이동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하나은행을 비롯해 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역시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가장 중요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 확대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의 개인형 IRP 실적배당형 상품 적립금은 지난해 1분기 3745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4905억원으로 증가했다.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전체 수익률 상승을 유도하겠단 전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분기별로 수익률이 나오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전체적인 개선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