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대비하고자 최근 금융지주사에게 대손충당금 규모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은 주주 가치 제고 및 성과급 지급을 늘리는 방향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대출총량규제와 금리상승기 여파로 여신이자가 상향 조정되며 이자수익을 높게 가져간 금융지주사들이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돈 잔치에 빠졌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손충당금 규모를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요구에 국내 4대 금융지주사 모두 이행불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들이 회수가 불가능한 매출채권을 예상한 후 이를 대비하고자 축적시켜 놓은 별도 자금을 말한다.
금융지주사들이 대손충당금 규모를 더 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일관하는 것은 소속 은행들의 NPL(무수익 여신) 커버리지 비율이 150% 이상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얘기해서 은행의 모든 매출채권이 상환 불가 처리돼도 은행이 적립해온 대손충당금으로 대체하고도 50% 이상 여력이 된다는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1조1852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포함시켰다. 다만 2020년 대비 1417억원 증가한 규모로 전입시켜 대손충당금 적립이 적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유량자산 중심의 질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가 개선돼 소폭 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KB금융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자 이를 우려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한 유예 기간이 오는 3월 종료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최소한 이자만이라도 납입하면 문제될 게 없지만 이행불가 시 부실채권을 분류된다.
B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이 대손충당금을 많이 전입시켜왔기 때문에 NPL 비율이 좋아진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상황은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며 특히 금융당국도 전례 없는 사례기 때문에 불안 심리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많이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을 놓고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것 정치적 상황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대체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부실채권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데, 안정적으로 정책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지주사에 대한 여론의 인식이 ‘금융기관’이라는 공익적 측면으로 한정돼 있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관치금융에서 자유롭지 못한 요인으로 새 정부의 정책에 주요 기수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C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관(官)의 눈치를 보게 되며 정치적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면서 “금융기관이라는 기능도 갖춰야 하며 민간기업의 영역도 충족해야 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지주사들이 그동안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많이 동원된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은 이와 별개”라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띄고 있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금융시장에서 은행들이 수익성을 긍정적이게 가져가야 할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 분위기이기라 대손충당금 적립은 더욱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라는 금융당국 및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만, 주주환원 정책 제고 성과급 지급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은 주주환원 정책 제고에 각고의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분기배당 자제를 권고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각종 지표가 경제 성장을 가리키고 있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에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분기 배당을 실지해도 된다는 가이드를 줬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과 개선된 경제 상황을 고려해 배당 규모를 늘렸다.
KB금융은 주당배당금을 지난해 대비 66% 증가한 2940원으로 책정했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15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소각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주당배당금을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시켜 25.2%(1960원)로 책정했다. 하나금융은 주당배당금을 3100원(26%)으로 책정했다. 우리금융은 주당배당금을 900원을 책정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D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본질적 목표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과 이익을 직원들에게 환원해 더 좋은 수준의 업무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지주사의 주주 구성을 보면 외국인 비율이 80%까지 차지하는 수준”이라면서 “국내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장사를 한 후 외국인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관점에서 주주 환원을 위해 배당 성향을 높게 가져가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당사뿐만 아니라 타 금융지주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면서 “주주의 가치를 높여줘야 증시에서 지분을 팔고 나가는 현상을 줄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금융지주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