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사 ‘단기실적주의’ 개선 의지 표명…‘임원 성과급 구조 개편안’ 지지부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해 단기 실적주의가 가져온 보험권 내 폐해를 개선하고자 CEO 성과급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6월29일 '보험사 단기실적주의 개선 태스크포스(이하 TF)' 1차 회의를 연 이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회의 당시 금융당국은 "경영진 성과평가 및 보수체계, 공시기준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금년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별도의 TF를 구성해 최고경영자 등 보험사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가 중장기 수익성과 리스크의 특성을 잘 반영하도록 개편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보험사 임원 보수는 통상적으로 기본급이 64.2%, 성과급이 35.8%의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임원 성과보수 중 이연지급되는 비율이 62% 수준이다. 또 총보수 대비 이연지급되는 보수는 20% 수준이다. 이연지급 기간도 3년으로 짧고, 지급방식도 기업가치와 연계되지 않는 현금보상 방식의 비중이 높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는 장기 상품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경영돼야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임원보수 구조가 장기적인 관점을 갖기 어렵워 보험사는 단기수익을 추구하게는 방향으로 경영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보험사의 단기실적주의는 △단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상품개발 △불완전판매 △단기‧고위험 추구 자산운용 등의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보험산업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해외 주요국은 보험사의 단기실적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이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임원보수 체계가 단기성과에 치중되면서 과도한 위험부담을 촉발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진 이후 개선작업이 진행됐다.
미국 보험사의 경우 임원보수에서 기본급 16%, 성과급 84% 각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또 임원 성과보수 중 스톡옵션이나 양도제한부 주식 등의 사용 비중이 68%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기본급 47.6%, 성과급 52.4%이며, 최대 7년까지 성과보수 지급 이연기간을 두고 있다. 장기성과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성과급을 환수하도록 하는 근거규정도 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TF 첫 회의에서 한상용 보험연구원 박사는 '보험사 경영진 성과보수 및 공시체계 관련 국내·해외 현황'을 주제 발표했다.
그는△경영진 보수가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와 연계해 지급되도록 성과보수 비중과 현금 외 주식기반 보상 비중 확대 △이연지급 보수 비중 및 이연기간 확대와 장기 기업가치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경우 성과보수 환수 △성과보수 산출 시 고객만족도, 불건전영업 적발건수 등 보험특성에 맞는 비재무적 지표 활용 확대와 활용방법‧기준, 평가결과 공시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첫 회의 직후 보험업계는 비재무적 지표 활용 확대와 공시 범위 확대 등에는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성과보수 체계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사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F에 민간전문가로 참여한 송교직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연기간을 늘리려면 CEO 임기도 함께 늘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국내 보험사는 선진국에 비해 임원 임기가 짧은 편이라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전문가의 지적에 따라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TF는 첫 회의 이후 재개되지 않고 있다. 또 TF 소속 민간전문가에게도 금융당국은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시장의 소비자 신뢰 제고와 보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실적주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회의가 지연됐을 뿐 실무 차원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무 TF는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대면 회의가 어렵다보니 늦어지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관련 이슈를 점검하며 방안을 마련 중이나 아직 공개할 수준이 아니며 최근 (코로나19 관련 방역조치가) 완화돼 TF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