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생산성본부 CEO북클럽 (1)]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한국, 美 선택했지만 中 배제 말아야"
미중 패권경쟁 속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로드맵 주제로 강연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않은 전략입니다. 가능하다면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됩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한국생산성본부(KPC)가 개최한 '2022 KPC CEO 북클럽' 1회차에서 '미중 패권경쟁 속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로드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윤 전 장관은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그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중 외교에서 상호주의와 호혜성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
윤 전 장관은 먼저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한국의 입지를 설명했다.
한국의 서쪽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군사대국인 중국이 위치하고 있고, 북쪽에는 과거 소련에 이어 국제무대에서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러시아가 있다. 또 동쪽으로는 세계 경제 3위의 일본이 자리잡고 있고 태평양 건너에는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있다.
윤 전 장관은 "작은 반도국가 주변에 권력 측면에서 1~4등을 차지하는 나라들로만 둘러싸여 있는 것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특별한 지정학적 여건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의 삶을 규정짓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과거 1984년 청일전쟁 당시에는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두고 경쟁을 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에는 러시아와 일본 간의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해 한국은 식민지로 전락했다. 이후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는 38선 북쪽은 소련, 남쪽은 미국이 군정을 펼친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는 중국이 개입해 미국의 적대국이 된다.
■ 中 경제력 성장에 심화되는 미중 패권경쟁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는 20년간 지속되다가 1970년대부터 개선되기 시작한다.
미국은 197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패전한 이후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다. 이에 중국을 포용해 국제무대로 이끌어 내고, 중국을 통해 소련을 견제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중국을 포용하면 중국이 서구(민주)화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미국이 중국을 포용하면서 중국의 경제력은 급격히 성장하게 된다. 외부의 적을 고려하지 않게 된 중국이 경제에 매진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세계은행 IMF 자료에 의하면 시장 환율 베이스로 계산한 미국과 중국의 GDP를 비교해보니 1960년에는 중국이 미국의 11%에 불과했는데 60년 후인 2020년에는 70%까지 따라왔다고 평가를 한다"면서 "중국이 급속도로 미국을 따라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력이 뒷받침되기 시작한 중국은 정치력과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제력 상승에 따라 미중경쟁이 서서히 심화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인해 빚쟁이 신세로 전락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공세적으로 외교를 펼치기 시작한다. 미국은 책임 있는 당사국으로서 국제 규범을 지키고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미국과 대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진 미국에서는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세계화 속에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을 재교육하고 사회보장 정책을 통해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백인 노동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 트럼프 이후 막 내린 '중국 포용'
이 상황을 이용한 인물이 바로 지난 2017년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중국 포용은 막을 내리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도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면서 분열이 심화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에 자동차 등 많은 것들을 수출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미국의 국부를 빨아들였다'는 주장을 하며 자국의 경제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미국은 2018년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무역전쟁은 군사와 기술, 외교, 이념까지 확산되면서 미중 간의 경쟁이 심화된다.
이후 지난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합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복원하려 한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선이 양쪽으로 벌어져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바이든, 한국 '모법적 동맹 성공사례'로 생각할 것"
바이든 정부와 한국의 관계에 대해 윤 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모범적 동맹의 성공사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 재임하던 시절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그는 한국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동맹인지 이야기했다"며 "중국과 대결하는 데 있어 한국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겨야 하는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 동맹은 가장 중요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중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라면서도 "경제 문제에 대중국 의존도가 높으니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 쪽으로 가는 것도 외교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외교전략 선제조건, 지정학적 요인‧북핵 위협‧민주주의 정체성
윤 전 장관은 한국 외교전략의 선제조건을 △중‧러‧일에 둘러싸인 분단된 반도라는 지정학적 요인 △한반도에서의 대국간 군사 대결 △북한의 안보위협 △민주주의라는 국가정체성 요인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대미 전략과 관련해 "이 네 가지 상수를 선제조건으로 볼 때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서는 외교에 협력하고 동참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차원의 협력에 적극 동참하고 기술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협력 강화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대신 한미군사동맹의 타겟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확장하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한 비핵화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 전략에 대해 그는 "한국의 안보와 주권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면서 "대신 중국과의 경제 관계는 호혜적인 입장에서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협의를 통해 중국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군사적인 적대는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중국에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조치에도 과거 사드 배치 때처럼 부당한 경제 제재가 온다면 진보‧보수를 떠나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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