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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40)

지휘관의 구상을 실현하는 난제·고충 해결이 참모 책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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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2.02.23 10:56 ㅣ 수정 : 2022.02.23 10:56

88올림픽을 지원한 35경비여단이 해체되며 여군팀이 포함된 특공대대로 축소되어 창설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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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예비역 육군소장)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부대가 남태령으로 이전하자 88올림픽에서 김포공항 및 경기장 경계지원 등으로 맹활약을 했던 수방사 예하 35경비여단이 해체되며 특공대대로 축소되어 수방사령부 영내에 창설되었다. 

 

그때 특전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진선 수방사령관은 필자가 근무하던 작전처에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특공대대에 추가로 여성팀을 편성하라는 특명을 하달했다.

 

지시를 받은 필자부터가 고개를 까우뚱하며 “수방사 특공대대에 여군이 왜 필요한가?”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작전처장 주관에 열린 특공대대 창설 준비 회의에서도 여군특공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서로 상충되어 사령관 지시를 수행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허나 작전처장과 과장은 자체토의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사령관의 의지와 구상을 구현하기 위해 육군본부에 전화를 걸어 특전사에도 여군팀이 있는 것처럼 수도권의 작전을 수행하는 수방사 특공대대에도 여군특공팀이 필요하다며 편제에 반영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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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업무하는 청와대와 수방사 특공대대의 특공무술 시범 모습 (사진=김희철/연합뉴스) 

 

육군본부 편제과, "합참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여군특공팀 창설은 불가하다"고 최종 통보

 

김진선 사령관의 의지에 따른 수방사 작전처의 요청을 받고 검토한 육군본부 편제과는 자체 토의를 거쳐 상급 부대에 건의했으나, 결국 합참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편제에 반영이 어렵고 여군특공팀 창설은 불가하다고 최종 통보를 하였다.

 

당시에는 합참 대간첩대책과에서 매년 ‘대간첩대책 중앙회의’개최를 준비하여 합참의장이 겸직한 대간첩대책본부장을 비롯한 정부 관련부처, 각 군 및 치안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비정규전 대비책과 민·관·군 총력방위태세 확립방안 등이 논의했다.

 

지금은 합참의 통합방위과에서 과거의 ‘대간첩대책 중앙회의’인 ‘통합방위 중앙회의’개최 업무를 주관한다. 그런데 특공대대에 여성팀을 편성하라는 특명을 수행할 당시에 수방사 특공대대를 창설하는 업무를 후방지역작전 및 대비정규전을 담당한 합참 대간첩대책과에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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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방사령관 김진선 장군과 대간첩대책과장을 했던 선영제 장군(사진=김희철/연합뉴스)

 

■  대통령의 실세인 김진선 사령관, 재임시절 매사를 자신있게 꺼리김 없이 처리했으나...?  

 

육군본부의 상급부대인 합참에서 불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자 사령부 작전처는 발칵 뒤집혔다.

 

노태우 대통령 정부의 실세이기에 재임시절 매사를 자신있게 꺼리김 없이 처리했던 김진선 사령관의 특공대대에 추가로 여성팀을 창설지시가 합참 예하의 일개과이자 대령이 지휘하는 대간첩대책과에서 막혀버린 것이다.

 

당시 수방사의 분위기는 묘했다. 친위부대라는 자긍심 때문일지 몰라도, 대령 처장들은 이미 장군급의 대우를 받아 가죽벨트에 38구경(리블버)권총을 차고 있었으며 중령 과장들은 이미 대령이 된 듯 직접 펜을 잡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모든 일은 소령급 실무자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과장급 이상은 입으로만 모든 업무를 처리했다. 육본이나 합참도 처·과장급들의 전화 한통으로 해결되었으며 세부 문서처리는 모두 소령급 실무자의 업무였다. 

 

이번에도 불호령은 소령들에게 떨어졌다. 천하의 실세인 사령관의 지시를 구현도 못하는 오명을 씌우는 무능력을 보여주었다며 무조건 해결하라는 독촉이 떨어졌다.

 

다급해진 필자는 대간첩대책과의 실무자에게 전화로 건의하고 직접 찾아가 설명도 했으나 윗분의 뜻이라며 막무가내로 거절했다. 

 

결국 대간첩대책과장을 직접 설득하기로 작정을 하고 알아보니, 담당 과장은 필자의 생도시절 훈육관이었고 사단 작전장교(대위) 근무시에 예하 연대장직을 수행한 선영제 대령(육사25기, 예비역 중장)이었다.

 

실무자를 통해 과장을 접촉하려 했으나 쉽게 만나주지 않던 선영제 대령은 ‘훈육관님’하며 안부 전화를 걸자 반갑게 받으시며 한번 합참으로 들리라고 여지를 남겼다.

 

기회였다. 필자는 김진선 사령관 결재가 되어있는 보고서와 여군특공팀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추가로 작성한 설명서를 들고 합참 대간첩대책과로 찾아갔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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