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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현장에선

병상부족으로 사망했는데… 민주노총, 회사의 늑장대응이라며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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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수 기자
입력 : 2022.02.23 15:22 ㅣ 수정 : 2022.02.23 16:57

세 번째 시도 끝에 이송… 본질을 벗어난 왜곡 주장만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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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송노조가 지난 1월 19일 쿠팡 본사 앞에서 동탄물류센터 야간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KBS뉴스 캡쳐

 

[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쿠팡 동탄 물류센터에서 근무 중 두통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옮겨져 지난 11일 뇌출혈로 사망한 근로자의 사망 과정에 대해 민주노총의 주장이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시 119 신고 후 구급차가 늦게 도착한데다 코로나19로 인한 병상부족으로 1시간가량 병원 후송이 늦어져 의식을 잃었는데도 민주노총은 “쿠팡이 늑장대응을 했다“는 주장의 성명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당시 공식 구급일지에는 해당 사건의 내용과 시점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또한 해당 근로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뇌출혈 치료를 이어온 데다 주당 평균 33시간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무리한 육체적 노동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조가 대선을 앞두고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병실 못 찾아 1시간 넘게 걸린 안타까운 사건… 노조는 “쿠팡이 골든타임 놓쳤다” 주장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11시 29분쯤 동탄물류센터 직원 노모(53)씨가 두통을 호소해 119에 신고가 이뤄졌다. 노씨는 이 과정에서 쿠팡 안전보건팀의 구급조치로 몸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직원들과 대화하며 의식이 비교적 또렷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구급차가 동탄물류센터에서 차로 15~18분 거리의 오산 한국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 코로나로 병상이 없어 진료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구급차 대원은 진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병상 부족으로 두 차례나 거절당했고 결국 12시 50분쯤 20㎞가 떨어진 동수원병원으로 노씨를 후송했다. 하지만 이 때는 노씨가 구급차에서 의식을 잃은 다음이었다. 병원에서 뇌출혈 치료를 이어가던 노씨는 사고 발생 50일만인 지난 11일에 숨졌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등은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잇따라 기자회견과 성명을 내고 “쿠팡의 대응이 안일했다”며 “고인이 119를 불러 달라고 호소했지만 곧바로 신고가 되지 않아 25~30분간 방치됐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30여분, 병원까지 30여분 등 1시간 반가량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응급차에 탑승할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어, 적시에 병원에 이송됐으면 살았을 가능성이 높았다”고도 말했다.

 

또한 노조는 “휴대폰 반입 금지 정책으로 노씨가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노씨는 휴대폰은 소지한 전산업무 등에 대한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쿠팡이 아니라 구급의료체계를 지휘하는 병원이나, 보건당국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수순이지만 노조는 여기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숨진 노씨가 구급차 현장 도착 전까지 현장 직원들의 발 빠른 구급조치를 받다가 병상 부족으로 병원 후송이 늦어졌는데도 노조는 23일 기자회견에서도 병원 이송까지 1시간이 걸린 이유를 쿠팡의 부족한 현장 대처로 책임을 돌렸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급차 출동과 병원 이송 시간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33분인 병원 이송시간은 2020년 34분, 지난해 6월 기준 39분으로 늘어났다. 코로나 여파로 환자들이 병원에 늦게 도착해 진료받는 경우가 늘고 있는 셈이다. 

 

■ 주 33시간 일한 직원인데… 노조 “살인적 업무량”으로 왜곡 

 

노씨는 물류센터에서 물건 전산 등록, 직원 신규교육 등의 일을 해왔으며 주간조로 주당 평균 33시간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노씨가 일한 실내 일터 온도는 13도 이상의 적정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노조는 노씨에게 강도 높은 업무가 주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씨가 살인적으로 늘어난 업무량을 소화했다. 물건을 운반해 분류하는 일명 ‘까대기’ 업무에 투입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씨는 ‘까대기’ 업무에 투입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지난해 12월부터 뇌동맥류로 인한 뇌출혈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지난 1월 27일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근로자가 숨진 만큼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은 개인질병으로 사망했거나, 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고나 질병은 적용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대선을 앞두고 뇌출혈로 숨진 안타까운 근로자의 죽음을 ‘노동환경 개선’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인한 응급실과 중증환자 병상, 구급차 병원 이송 응급구조체계의 개선 촉구가 우선인데 현재 보건·방역당국의 응급 의료 상황은 지적하지 않고 회사 비판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진심으로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하는 노조라면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점부터 개선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쿠팡은 노씨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생활비 등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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