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제재에 현지 韓자동차 업계 '빨간 불'
[뉴스투데이=김태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면서 서구진영과 손잡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러시아 현지 내수 판매와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대(對)러시아 수출금지와 달러 결제 차단을 러시아 경제 제재 카드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러시아 시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있어 중요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시아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40.6%), 철 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으로 자동차 관련 품목이 대러시아 무역에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 현대차·현대위아, 현지 공장 생산차질과 내수판매 감소 우려
현대차는 2010년 러시아에 진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공장에서 차량을 연간 23만대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법인을 통해 지난해 기아 20만6000대, 현대차 17만2000대 등 총 38만대 가까이 판매했다.
현대차그룹 내 부품업체 현대위아도 현대차 러시아 생산공장에 엔진을 납품하기 위해 현대차 생산공장 주변에 공장을 완공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문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자동차 부품 대부분을 유럽에서 수입해 생산한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과 서구진영의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 부품 수급 차질로 생산에 직접 타격을 입게 된다.
러시아 현지 판매 감소도 불보듯 뻔하다. 한국자동차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충돌이 발생하면 러시아 현지 내수 판매가 10%,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현지 판매가 3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에서 차량 생산과 판매가 이뤄져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결제 차단을 언급해 손실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기업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거의 대부분 달러화로 거래한다. 이에 따라 달러결제가 차단되면 러시아 화폐 루블화로 거래해야 하는데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환율변동에 따른 손해)이 우려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쌍용차·한국지엠·르노삼성 피해는 크지 않아
글로벌경영에 주력하는 현대차그룹과 달리 쌍용자동차 등 나머지 완성차는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우크라이나와 인근 슬로바키아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다만 쌍용차는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차량을 수출하고 있지 않아 차량 판매대수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수출과 부품 조달 현황이 미미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차질이 우려되는 품목에 한시적으로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하고 피해를 입은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해줘야 한다”면서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수출 금융 지원이나 대출 상환 유예, 금리 인하 등 지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