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포스코, 자원확보로 韓 철강·배터리·반도체 버팀목된다
·포스코, 호주 광산업체 지분 사들여 철광석 확보
·배터리 소재 핵심 원재료 리튬 거머줘
·네온가스 국산화해 반도체 업계 지탱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악재에 맞서 포스코그룹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지난 수 십 년간 다양한 투자,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철강산업 원자재인 철강, 배터리산업 원자재인 리튬, 반도체 제조에 필수 소재인 네온가스 등을 확보해 왔다.
이 같은 포스코의 유비무환 경영에 힘입어 한국의 근간 산업인 철강, 배터리, 반도체 원자재 확보가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포스코, 철광석 투자 10년 투자 드디어 결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호주 광산업체 로이힐 홀딩스와 광산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1조3000억원을 로이힐에 투자해 지분 12.5%를 확보했다. 당시 대형 철강사들은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 철광석 가격이 매우 불안정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우수한 품질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조달 받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2011년 말 t당 15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이 꾸준히 하락해 2016년 1월 t당 40달러까지 내려갔다. 가격하락세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철광석 사업 투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포스코는 사업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하고 광산 개발과 운영 효율화에 전념했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포스코는 지분법 이익이 2016년 120억원대에서 2019년 1500억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사실상 올스톱하면서 철광석 수요가 급감했다. 이에 따라 철광석 가격은 t당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고 철광석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다시 t당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로이힐 광산을 운영하는 로이힐 홀딩스는 2020년 영업이익이 2조3000여억원을 기록해 2019년 1조6600여억원과 비교해 38% 성장했다. 실적 호조가 이어지면서 로이힐홀딩스는 2020년 3분기부터 포스코에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당시 첫 배당금은 500여억원에 이른다.
포스코가 글로벌 경기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던 철광석 사업이 다시 효자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해마다 사용하는 철광석의 26%(약 1500만t)를 로이힐 광산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해외 자원 공략에 힘입어 해외 자원 확보가 차질을 빚지 않는 것은 박수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배터리 산업의 핵심 리튬 확보
포스코는 엄밀하게 말하면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완성품을 만드는 기업은 아니다. 다만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와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소재를 생산할 때 필요한 원자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제외한 국내 대다수 배터리 관련 기업은 원자재 확보에 공격경영을 펼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 니켈, 흑연 등을 확보하려면 천문학적 투자비용이 들어가며 금속과 비금속 시장에 대한 탁월한 안목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거대한 투자비용과 시장 분석이 절실한 배터리 소재 사업에 뛰어든 포스코는 글로벌 무대에서 관련 소재 확보에 발빠른 행보를 펼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있는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염호의 개발권을 인수하기 위해 염호 소유주 갤럭시리소스(Galaxy Resources)와 2억8000만달러(약 3378억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 이후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수산화리튬을 상용화 생산하는 투자사업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았다. 수산화리튬은 일반 리튬에 비해 전기차용 배터리 주행거리 향상에 유리해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024년까지 총 8억3000만 달러(약 1조14억원)를 투자해 연산 2만5000t 규모 수산화리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만5000t 규모는 전기차 약 60만대에 사용될 수 있는 물량이다.
수산화리튬은 배터리 필수 소재인 양극재 핵심 원료다. 배터리 기업은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양극재 생산업체 또는 음극재 생산업체와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즉 포스코의 수산화리튬 확보는 양극재 생산 근간을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등장한 셈이다.
■ 포스코, 반도체 산업 근간 네온 국내 수요의 약 20% 책임지는 역량 갖춰
포스코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희귀가스 네온(Ne)의 생산 설비와 기술을 국산화하고 이를 첫 제품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네온은 반도체 노광공정(빛을 이용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 회로를 새기는 공정) 작업에 필요한 원자재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체는 네온을 중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 핵심 소재를 외국에 의존하는 구조를 감안하면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언제든지 원자재 부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국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전문기업 TEMC와 손잡고 2019년 말부터 2년에 걸쳐 네온 생산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후 광양제철소 산소공장과 TEMC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네온 생산 설비를 자체 개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조성된 설비로 고순도 네온 연 2만2000Nm3를 생산할 수 있다"며 "이는 국내 네온 수요의 16%를 충족시킬 규모"라고 설명했다.
네온 국산화에 힘입어 TEMC는 초기 투자금을 모두 보상받고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네온을 장기 구매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성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바람직한 협업으로도 평가 받고 있다.
포스코는 향후 네온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국내 네온 공급망을 더욱 견고히 하고 100%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제논과 크립톤도 강소기업과 협력해 국산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꾸준한 자원 확보 투자와 기술 개발 덕택에 국내 철강, 배터리,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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