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中대륙 의존도 줄이고 북미·유럽으로 눈 돌린다

이지민 기자 입력 : 2022.03.01 02:27 ㅣ 수정 : 2022.03.02 16:45

중국, 지난해 7월 이후 판호 발급 전면 중단...펄어비스가 마지막
中게임시장 규모 55조원대로 세계 1위 차지
넥슨·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 등 유럽 등 서구권 공략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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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중국을 뒤로하고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국내 게임업체가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지 마라'라는 투자 원칙과도 연결되어 있다. 중국 경제 상황이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사업 차질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대안 시장에서 사업 보폭을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7월 22일 판호 발급을 잠정 중단했다. 판호는 중국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말한다. 국내 정상급 게임업체 펄어비스가 지난해 6월  ‘검은사막 모바일’로 판호를 발급받은 이후 국내 게임사의 판호 발급 소식이  뚝 끊겼다. 중국정부가 자국 게임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셈이다. 

 

판호 발급 중단이 약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청소년 게임 과몰입 현상을 막기 위한 규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미성년자들의 과도한 게임 이용을 막겠다며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모든 게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아예 즐길 수 없고 금토일 3일 중 1시간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내놔 파장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국내 게임업체가 중국 시장에 등을 돌리고 다른 지역에 올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게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965억1300만위안(약 55조3560억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게임시장(19조원)과 비교하면 3배가 큰 시장이다. 

 

이처럼 세계 1위인 중국 게임시장에서 게임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앞다퉈 미국과 유럽 대륙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국내 게임업체들이 차이나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중국 게임시장 규제에 국내 게임업계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거둔 게임을 글로벌 버전으로 다시 출시하거나 미국과 유럽 등을 겨냥한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판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를 보여주듯 국내 주요 게임업체 넥슨(대표 이정헌)은 올해 콘솔 플랫폼을 연계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넥슨은 메가 히트 브랜드 카트라이더 IP(지식재산권)를 이용한 신개념 레이싱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3인칭 슈팅게임 ‘아크 레이더스’ 역시 PC와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으로 올해안에 출시된다.  넥슨은 지난해 말 북미 게임행사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아크 레이더스를 공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도 예외는 아니다. 이 업체는 올해 하반기 자체 인기 IP '리니지'를 이용한 ‘리니지W’에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을 적용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게임즈(대표 조계현)는 올해 북유럽 신화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한 MMP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오딘’을 대만과 북미, 유럽 시장에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제작했다는 게임 특성을 감안하면 북미와 유럽 현지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11일 스마일게이트(대표 지원길)가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160여개국에 출시한 MMORPG ‘로스트아크’는 벌써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로스트아크의 스팀 론칭 이후 첫 3일간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수는 470만명이 넘는 기염을 토했다.

 

니즈게임즈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대표 김민규)가 배급에 나선 멀티플랫폼 게임 ‘언디셈버’도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 채비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도 게임 업계의 서구권 공략 행보를 현명한 경영전략으로 높이 평가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북미와 유럽 시장이 중국 못지않게 급성장하고 있어 이들 지역을 공략할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기존 국내 IP를 활용한 글로벌 버전 게임도 좋지만 글로벌 이용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IP 게임을 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 수출 대상국별 비중은 중국(35.3%), 동남아(19.8%), 대만(12.5%), 북미(11.2%), 유럽(8.3%) 순이다. 북미와 유럽 비중을 합하면 19.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두 대륙이 향후 성장세를 이어가면 중국에 버금갈만한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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