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 회장, ‘대장동 사건 50억클럽’ 연루 의혹에 골머리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실명이 거론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회장 측은 ‘김만배 돈세탁 관여 의혹’에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조 회장을 통해 검찰 고위직 출신 등으로 이뤄진 ‘50억클럽’(약속클럽)에 돈을 건네려 했다는 내용이 담긴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올해 초 50억클럽 관련자를 통해 김만배 씨로부터 수십억원을 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한바탕 홍역을 치른 조 회장은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대장동 사건에 소환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 '대장동 사건’으로 판도라 열린 '50억클럽'
판교신도시 남쪽 끝에 있는 대장동은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 개발 이후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장동은 그동안 여러차례 개발 움직임이 있었지만 공무원 투기와 개발 계획 유출, 공영과 민영 개발 계획안 충돌 등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과거 성남시장을 지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투자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택지 개발 이익을 공공영역으로 환수하기 위해 대장동 개발 사업 방식을 공공·민간 공동 사업으로 추진했다.
이를 통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5503억원을 성남시에 환수했으며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사업자들은 4040억원 상당의 개발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대 이때 환수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개발 사업 이익금 중 상당액이 특정 개인이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민간회사로 갔다. 그 곳이 바로 화천대유이며 지분 100% 주인공은 김만배 씨다.
대장동 사건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이에 얽힌 다양한 의혹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50억 클럽’이다. 화천대유가 시행사업 수익금 일부를 고위 인사들에게 50억원씩 제공하는 계획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권순일 전(前)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50억클럽의 구체적인 명단까지 공개되며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곽상도 전 의원이 6명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되는 등 현재 50억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한창 진행 단계에 있다.
■ 모 언론사 "조 회장 ‘대장동 돈세탁’ " 제기
최근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19일 서울중앙지검 남욱 변호사 피의자신문 조서를 확보해 이를 토대로 50억클럽과 관련해 김만배 씨가 조원태 회장을 통해 돈을 건네거나 혹은 건네려 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NSJ홀딩스) 소유주로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남 변호사 피의자신문 조사에서 “2019년 8월 김만배, 정영학과 비용 문제로 다투던 중 김만배가 약속클럽을 이야기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남 변호사는 “미국 출국 직전 김만배 씨로부터 들은 바로는 조원태 회장에게 돈이 갔으며 그 돈을 조 회장이 한 바퀴 돌려(돈세탁해) 약속클럽에 전달했다. 약속클럽 중에서 그로부터 받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조원태가 대한항공 또는 대한항공 계열사 측 자금으로 약속클럽에 돈을 주면 돼 못찾을 거라고 말했다”며 “조원태가 누나들과 오너싸움에서 현금이 필요했고 이를 김만배로부터 현금을 투자 받았다고 둘러대면 될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김만배가 직접 한 말이며 실제 조원태가 전달했다고 전해 들었으나 그 인물이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남 변호사 진술이다.
■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대장동 인물과 일면식도 없어” 일축
‘김만배 돈세탁 관여 의혹’에 대해 조원태 회장은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언론 등에서 언급되고 있는 관련 인물들과는 만난 적도 없다는 게 조 회장 측 입장이다.
대한항공 모그룹인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 일부 언론에서 언급하는 인물들과 일면식도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과 한진그룹의 어떤 계열사도 대장동과 관련해 거래 사실이 일체 없다”면서 “이는 검찰 조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밝혀진 내용이다. 검찰수사 기록상 남욱 변호사가 조 회장과 관련해 김만배를 통해 들었다고 언급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사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 회장 이름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조 회장은 과거 김만배 씨와 금전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지인에게 급히 자금조달을 요청했고 해당 지인과 평소 친분이 있던 홍 회장이 연결고리가 돼 김만배 씨로부터 30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당시 한진그룹 측은 조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급히 돈이 필요해 지인에게 요청했고 지인이 홍 회장을 통해 김만배 씨로부터 자금을 빌려 조달했다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김만배 씨나 홍 회장과 일면식도 없으며 1번의 금전거래만 있었고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한 상태라는 게 한진그룹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업계 1위 총수가 지인 인맥을 동원해 돈을 빌린 것은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앞선 의혹이 깨끗이 씻기지 않은 가운데 터진 조 회장의 ’대장동 돈세탁 의혹’ 은 진실이 밝혀지기 까지 여진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