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에 흔들린 코로나 금융 지원···책임은 은행 몫인가

유한일 기자 입력 : 2022.03.03 07:58 ㅣ 수정 : 2022.03.0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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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은 지난 2020년 4월 시작 후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끝에 2년 넘게 이어지게 됐다. 

 

이번 결정에 빚으로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통은 조금이나마 덜게 됐지만, 금융권의 잠재 부실 누적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강조하던 ‘질서 있는 정상화’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올 1월 말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4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금융 지원 그늘 아래 가려진 이들의 상환 능력 여부다. 금융의 생명인 신용 평가 환경이 ‘묻지마 대출 연장’에 흐트러졌다. 

 

이런 상황에도 왜 또 금융 지원이 연장됐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대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고강도 방역 조치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이 펼쳐져야 하는 건 자명하다. 민생과 직결된 금융 분야 지원도 필수적이다. 

 

다만 금융위의 결정 시점이 찝찝하다. 애초 금융위는 코로나19 금융 지원 연장 여부를 3월 말까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간 피해 계층의 경영·재무 상황에 대한 미시 분석을 세밀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언론 등에서 제기한 여러 추측은 단호하게 잘라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처리한 국회가 “금융권의 금융 지원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자 입장이 돌변했다. 금융위는 곧바로 보도참고 자료를 내고 추가 연장을 공식화했다. 마치 국회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금융위의 발표 내용 역시 부실하다. 금융 지원 연장 결정의 근거 중 하나로 ‘여·야 합의’를 제시할 뿐 잠재 부실 우려 등 현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간 금융 지원에 대한 효과 및 리스크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다면 적어도 통계를 기반으로 한 재연장 이유 설명이 이뤄졌어야 한다.

 

금융위는 국내 금융 산업 전반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다. 정국(政局)에 좌우하지 않고 전문성과 통찰력에 기반한 정책 전개로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금융 지원 연장 결정에 대한 이유의 중심에 여·야 합의가 우선적으로 거론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간 금융권에선 코로나19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올라갈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금융 지원 최전선에서 리스크를 감내해 온 금융사들의 호소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모든 일에서 선(先) 결정 후(後) 협의는 혼란을 초래하는 지름길이다. 

 

잠재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으라는 등 단편적 대안만 제시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대한 규제 뿐 아니라 보호에 대한 의무도 있다. 금융사가 건전해야 금융 소비자도 보호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코로나19 금융 지원 연착륙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6개월이라는 기간이 정해진 만큼 일률적 지원보단 잠재 부실 해소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필두가 돼 잠재 부실을 떠안고 있는 금융권의 고민을 덜어주길 바란다. 정치 논리에 휩쓸려 ‘폭탄 돌리기’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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