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보다 공장없는 기아차 타격 더 커, 러시아 제재폭탄에 현대차그룹 울상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혹독한 대가로 러시아가 전세계적으로 제재폭탄에 직면한 가운데 러시아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여온 현대차와 기아차도 유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차는 오는 5일까지 공장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장가동 중단은 표면적으로 러시아 제재와 상관없이 반도체 공급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재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현지 부품공급난도 원인을 제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러시아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에게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러시아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22.6%로 33.8%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르노그룹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폭탄을 쏟아부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갖고 있는 현대차보다 현지 공장이 없는 기아차의 타격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7만1811대를 판매한 반면, 기아차는 이보다 3만여대 더 많은 20만5801대를 판매했다.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인해 휘청거리게 되면 자동차판매량도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차 판매량에서 앞서는 기아차가 더 큰 타격을 받게되리란 전망이다.
기아차의 러시아 시장판매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8%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이보다 낮은 5% 수준이다.
미국이 러시아에 겨냥해 단행한 달러결제 금지조치도 골칫거리다.
달러결제가 안되면 루블화밖에 달리 선택이 없는데, 현대 루블화는 금융제재로 인해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쟁전에만 해도 1달러당 75루블 수준에서 거래되던 것이 3일 현재 117루블까지 떨어졌고, 제재가 길어질수록 루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따라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수준으로 강등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B로 무려 6단계나 낮췄고 무디스 또한 러시아 장기 외채 등급을 기존 Baa3에서 B3로 강등했다.
피치가 러시아에 내린 국가신용등급 B 등급은 나이지리아와 같은 수준으로 러시아는 이대로 가다간 국가부도 상태로 내몰릴 수도 있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러시아공장을 운영해 왔으며 지난 2020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GM공장까지 인수해 생산능력을 키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