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지방대 교수들 실직 위기인데,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정원감축에 돈 더줘?
추가모집 경쟁률이 수백대 일인 서울·수도권 대학이 정원 감축하면 더 많은 예산지원, 감축 인원 1명을 3명분으로 쳐서 지원
학생 충원율 떨어지는 지방대학이 선제적 감축하면 감축 인원 1명을 1명분으로 쳐서 지원
수험생 수요 넘쳐나는 서울·수도권 대학은 오히려 '이공계 정원 확대' 필요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계획이 '실효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대학까지 정원 감축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작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당수 지방대학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로학원이 지난 2월 27일까지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시 모집 이후 추가 모집을 한 4년제 대학 141 곳 중 37곳은 끝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들 대학은 모두 비수도권 소재 대학들이다. 반면에 서울·수도권 27개 대학 추가모집 경쟁률은 230대1을 기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276명을 추가모집하는 데에는 6만 3517명이 지원했다.
■ 학생들이 뽑아달라고 아우성치는 서울·수도권 대학, 교수가 세일즈맨으로 전락한 지방대 모두 '정원 감축' 대상? / 대학들은 5월까지 감축계획 마련해야 해
그러나 교육부 방침은 이처럼 학생들이 뽑아달라고 아우성치는 서울·수도권 대학도 정원감축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시장논리대로라면 서울·수도권 대학은 오히려 정원을 늘려줘야 한다. 특히 산업현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고급개발자를 키워내는 이공계 분야의 정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대신에 이미 오래전부터 교수들이 학생 유치를 위한 '세일즈맨'으로 전락하고 있는 지방대학의 효과적 구조조정에 전력투구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게 교육계의 인식이다.
실직 위기에 처한 지방대 교수들과 교직원들에 대한 재교육 및 지원 정책도 필요하지만 교육부 혁신 방안에는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역균형발전에 맞춘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2022~2024년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는데 대학구조조정계획인 '적정 규모화 지원 사업'의 대상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이 모두 포함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원 감축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명분을 걸고 있다. 사업비 집행 기준을 완화하고 재정운용 계획과 공격적인 감축 방안을 제시한 대학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대학들은 정원 감축 계획을 올해 5월까지 마련해야 한다. 교육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개혁안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적정 규모화 지원금', 충원율 99%이상인 수도권 대학에게도 정원 감축 압박 / 충원율 95%미만인 지방대학은 선제적 감축해도 1인당 지원금 적어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신입생 충원율과 발전 계획 등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거쳐 선정된 257개 대학·전문대학에게 2024년까지 1조197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중 ‘적정규모화 지원금’은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될 제반 비용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정원 감축을 각 대학에게 자율적으로 맡기고 대신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서 정부 예산을 지원한다는 논리이다.
적정규모화 지원금은 '선제적 감축'과 '미충원분 감축'으로 나뉜다. 미충원분 감축 지원금은 상식적이다. 미충원 규모 90% 이상을 정원에서 감축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한 대학에서 100명의 미충원분이 나왔을 경우 대학이 90명의 정원을 감축하면 감축 인원 한 명당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선제적 감축 지원금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신입생 충원율이 높은 대학이 정원 감축을 시행할 경우 감축분에 높은 비율을 적용해 1개 대학당 최대 6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침이다.
즉 신입생 충원율이 99% 이상인 대학이 정원을 감축할 경우 감축한 인원 한 명에 대해 3배수로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어 95% 이상∼ 99% 미만인 대학에게는 2배수를, 95% 미만인 대학에게 1배수를 가해 지원금을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에게 정원 감축은 기피되는 일이다. 국내 사립대의 수입원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원을 줄여 학생이 감소하면 재정 확보 또한 어려워진다.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대학은 충원율 100%를 어렵지 않게 충족시켜 정원 감축이 불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정적 규모화 지원금 사업은 충원율이 99%이상인 대학도 정원을 감축하라고 압박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충원율이 높은 대학에게 굳이 1명을 감축하면 3명 감축한 것으로 쳐서 지원금을 주겠는 당근을 제시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정작 학생이 안와서 충원율 미달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대가 선제적 감축을 하면 지원금을 더 적게 준다. 충원율이 95%미만이 대학은 비수도권 지방대학이다. 그런데 이런 대학이 1명을 감축하면 1명분으로 쳐서 지원금을 준다.
지역균형을 위해서 지방대를 최적 규모로 구조조정해서 건실한 대학으로 발전시키려면, 교육부의 '선택과 집중' 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1개 대학당 최대 60억원인 적정규모화 지원금은 회의 비용? / 고용불안한 지방대 교수 및 교직원 지원금 제도화가 시급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제적 감축 지원금이 사용되는 내역 또한 불분명하다. 선제적 감축 지원금 사용처의 표면적 이유는 적정 규모화 계획에 대한 지급이다.
정원을 감축하기 위해 논의가 진행되고 여러 회의를 거쳐야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박민영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사무장은 4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선제적 감축 지원금은 충원율에 대한 학과별 조정 논의 등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여러 가지 회의 비용에 지원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1개 대학당 최대 60억원이나 지원되는 데, 그 돈이 회의 비용등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의사결정 비용'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할 경우, 일선 대학 현장에서 정원감축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지방대 교수 및 교직원에 대한 지원금을 제도화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교육현장의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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