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단행, 나프타 가격 폭등으로 화학업계 수익 악화 우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해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사회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재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를 한국 산업계가 고스란히 받을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 경제의 주요 동맥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산 원유, 가스, 에너지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또한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으로 세계 원유 공급량 11%를 차지한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앞장서며 국제유가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원유 수입 대부분을 대외에 의존하는 한국의 산업계에 비상등이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 9일 국제유가 급등...한국 산업계 피해 불가피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129.44달러까지 올랐다가 123.70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4.30달러(3.6%) 오른 수치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가 급등 등 불확실성에 따라 안전자산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급등했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9원 오른 1237.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상승효과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전가된다. 지난달 28일 국제유가가 95.72달러에서 일주일 만에 45% 급등한 만큼 이달 말이나 4월 초 국내 휘발유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날보다 19.5원 오른 L(리터)당 1천880.1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월 이후 8년 만에 최고가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2100원대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등장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화학·항공·전자 등 국내 산업계에 비용 부담이 커져 전방위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화학업계의 원재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추출되는데 국제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도입 가격은 연일 오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나프타 현물 가격은 톤(t)당 1천23달러로, 전주보다 26.9% 상승했다.
수요 위축을 우려하는 화학업계는 원재료 가격 상승분만큼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도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전자·반도체, 배터리 업계 역시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