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유한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당선되면서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금융 정책에도 변화가 찾아올지 주목된다. 각종 공약 발표에서 현 정부의 금융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만큼 집권 후 정책 전면 재검토 및 대수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자가 내세운 금융 정책은 소비자 보호 및 국민 자산 증식에 방점이 찍혔다. 은행의 예대마진 산정 공시나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역시 윤 당선자 정부 출범 이후 변할 금융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尹 “은행들 예대마진 공시하게 하겠다”...소상공인 지원 공약도
윤 당선자의 후보 시절 금융 공약은 대체로 ‘포용 금융’ 성격이 짙다. 치솟는 대출금리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등을 금융 정책으로 절감해 주겠단 구상이다.
먼저 윤 당선자는 ‘투명한 예대마진 공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예대마진은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를 뜻한다. 예대마진이 벌어질수록 은행에 돈 벌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걸 의미한다.
은행의 예대마진 공시 의무화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윤 당선자의 구상이다. 또 필요시 대출금리 산정에서 차주별 신용도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 적절성을 검토하고, 담합 요소 점검 제도도 도입하겠단 계획이다.
윤 당선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이 공약을 발표했지만, 은행권에선 과도한 시장 개입이자 자율성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예대마진은 실적 발표 때 공개하는 순이자마진(NIM)과도 관련이 있다”며 “(이 공약은) 이미 공개된 정보를 마치 은행이 숨기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윤 당선자는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 저금리 고정금리 전환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출시된 정부 정책 상품인 청년희망적금과 비슷한 성격의 ‘청년도약계좌’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은행 이자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 청년들의 자산 증식을 돕겠단 것이다.
취업 후 상환 대출 제도 대상도 늘린다고 공약했다. 소득 하위 8분위 이하 20대에게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학자금이나 생활비 대출을 지원하겠단 것이다. 대출금은 취업 후 장기 분할 상환하면 된다.
아울러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신혼부부 대상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올리겠다고 했다. 첫 주택 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에도 지역과 관계 없이 LTV 상한을 70%로 단일화한다고 공약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대해서 윤 당선자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 유예 연장을 제시했다. 다만 이는 이미 대선 전 오는 9월 말까지 6개월 연장이 결정된 부분이다.
이와 함께 윤 당선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소액 채무 원금 감면 비율을 현행 70%에서 90%로 높여 잡았다. 사실상 이들의 소액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수준의 공약이다.
■ 카드사-빅테크 ‘동일기능‧동일규제’…尹-금감원 시각 달라
윤 당선자는 지난 2월 9일 소상공인에게 불합리한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빅테크 기업의 결제수수료가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해서도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준수사항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적용되는 신용카드와 달리 간편결제는 가맹점 수수료율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이나 영세한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 등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0일 “카드사와 빅테크는 서비스 제공범위에 차이가 있어 수수료 구성항목이 구조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11월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한 결과 카드사와 빅테크사의 서비스 제공 범위가 다르고, 수수료 구성 항목이 구조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동일한 카드결제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윤 후보가 빅테크에도 신용카드와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금감원은 두 업권의 서비스 기능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은 빅테크의 수수료율을 규제하지 않는 대신 상반기 안으로 수수료율 공시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드사 수수료를 제외한 빅테크 업계 수수료만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비교공시 형태가 되면 가맹점을 확보해야 하는 빅테크사 입장에서는 경쟁적으로 수수료율을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두 업권에 대한 금융당국과 윤 당선자의 시각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