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aT공사의 김치외교(상)] 중국의 '김치공정' 반격하는 김춘진 사장의 캘리포니아 드림

모도원 기자 입력 : 2022.03.15 06:35 ㅣ 수정 : 2022.03.15 06:35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김춘진 사장, 미국 전역 3개주에 '김치의 날' 제정 주도
미 현지 하원의원들과 긴밀한 협력, 한국의 법정 기념일을 미국에서 기념하게 만들어
조선족 등 소수민족 문화를 자국 문화로 우기는 중국의 '동북 공정'에 대한 이상적 대응전략으로 평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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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 그래픽=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캘리포니아 드림'은 미국 골드러시(1848~1952년) 시대의 욕망을 함축하는 용어이다. 미국인들은 캘리포니아가 금밭이라는 풍문을 믿고 서부로 달렸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공사) 김춘진 사장은 전혀 다른 '캘리포니아 드림'을 실현했다. 캘리포니아를 시발점으로 삼아 미국 중부와 동부의 주의회들이 '김치의 날'을 제정하는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있다. 김치를 자국 문화라고 우기고 있는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해 제대로 반격하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김치의 날'은 한국의 법정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월 11일 신설된 ‘김치산업진흥법’ 제20조의2에 의해 매년 11월 22일로 정해졌다. 김치의 재료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서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주의회가 '김치의 날'을 제정하는 것은 김치가 한국의 고유문화라는 사실판단에 동조하는 정치 행위이다. 더욱이 '김치의 날'은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제정됐다.

 

중국은 지난 2019년 6월부터 ‘파오차이(泡菜)'의 국제 표준화를 획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2020년 11월에는 ‘ISO 24220 김치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표준’으로 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쓰촨(四川)의 ‘파오차이(泡菜)’가 김치의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권위주의 체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자국내 소수민족의 문화가 지닌 독자성을 부인하는 문화공정에 박차를 가해왔다. 소수민족 문화는 바로 중국문화라는 강자의 논리를 강변해온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이 한국 문화가 아니라 중국문화라는 게 '동북공정' 혹은 '문화공정'의 실체이다. 

 

따라서 미국 주의회들이 연쇄적으로 '김치의 날' 제정에 동참하는 것은 한국과 함께 중국의 문화패권주의에 대항한다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  미국 주의회들을 움직이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현지 한인사회의 열망이다. 여기에 aT공사와 김춘진 사장의 각별한 노력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 서부 캘리포니아, 중부 버지니아주, 동부 뉴욕주 등에서 '김치의 날' 연쇄 제정해 / 김춘진 사장, "워싱턴DC에서도 ‘김치의 날’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해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최초로 '김치의 날'을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의 핵심은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명시하는 내용이다.

 

이날 aT공사 로스앤젤레스(LA) 지사는 매년 11월 22일을 캘리포니아주 ‘김치의 날’로 지정해 공식 기념하는 결의안이 주 하원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김치의 날’ 결의안은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치의 역사 및 건강식품인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내용을 담았다.

 

결의안은 한국계 최석호 캘리포니아 주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 섀런 쿼크-실바주하원의원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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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뉴스투데이]

 

김 사장은 이날 '김치의 날'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김치의 날 제정은 김치가 한국의 대표 음식임을 미국 사회에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 신남방 국가 등 전 세계적으로 한국 김치의 우수성을 알려 올해 1억8000만 달러 김치 수출 목표뿐만 아니라 농수산식품 수출액 106억달러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내 '김치의 날' 확산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 호텔에서 뉴욕특파원단 간담회를 열고“미국 뉴욕주와 워싱턴DC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미 김치의 날을 제정해 법정 기념일이 된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 동부까지 김치의 날을 만들면 한국을 김치 종주국으로 확고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공언이 아니었다.  실행을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김 사장은 이틀 뒤인 17일 뉴욕주 론 김 하원의원과 면담했다. 론 김 의원이 '김치의 날' 제정 법안을 발의해 2022년 초에 제정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그리고 다시 서부로 건너가 22일 캘리포니아주 '김치의 날' 제정 행사에 참석했다. 

 

'김치의 날' 제정을 동부로 확대하겠다는 김 사장의 선언은 연초부터 현실화됐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명시한 ‘김치의 날’ 결의안이 지난 2월 9일 중부 버지니아 주하원에서 통과됐고 이어 지난 1일 버지니아 주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 결의안은 버지니아주 아린 신(Irene Shin)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마크 김(Mark L. Kim), 마커스 사이몬(Marcus Simon) 하원의원 등이 동참했다. 상원에서는 챕 피터슨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버지니아주도 캘리포니아처럼 조만간 공표식을 갖고 오는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하게 된다. 

 

3번째 낭보는 뉴욕에서 날라왔다. aT공사는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뉴욕주(州) 의회에서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지난 2월 25일 밝혔다. 미국의 금융 심장부인 뉴욕주가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주에 이어 김치가 한국 고유문화임을 공식 인정하는 세 번째 주가 된 것이다. 

 

결의안은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임을 명시하고있다. 동시에 김치의 인기, 역사,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등을 설명했다.

 

뉴욕주 의회는 김치의 날 제정을 기념하기 위한 공표식을 오는 4∼5월께 진행할 계획이다. aT공사는 공표식에 맞춰 버지니아주와 뉴욕주에서 소비자 홍보 행사를 추진 중이다. 

 

김춘진 사장의 '김치의 날'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는 "김치의 날이 뉴저지주, 메릴랜드주 등 미국 전역에서 제정되도록 현지 관계자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하원의원들과 협력해 중부 버지니아, 동부 뉴욕까지 김치의 날 재정 결의안 추진까지 지원했다.

 

김 사장의 열정과 노력은 미국 정치인들에 의해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론 킴(Ron Kim) 뉴욕주 하원 의원은 김 사장에게 뉴욕주 김치의 날 추진을 결의하는 선포문을 전달하고, 뉴욕주 한인 커뮤니티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장을 수여했다.

 

■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한복 논란'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응과 대조적 / aT공사, '김치 공정'에 대해 단호한 반박과 외교적 노력 병행

 

aT공사와 김춘진 사장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내 '김치의 날' 제정은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이상적 대응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내 소수민족 문화를 '중국 문화'라고 우기는 중국 정부의 '문화 공정'에 대한 '단호한 반박'과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지난 2월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응은 '반면교사'로 꼽힌다. 개막식 행사에서 소수민족(조선족) 대표로 나온 여성은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한복이 중국 복식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뜨거운 비판 여론이 일었다.  “한복과 김치를 자국 문화로 편입시키려는 문화공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주무부처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중국이 개막식을 통해 무엇을 알리려는지는 이해하겠지만, 이웃 국가 한국을 생각한다면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 썼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한복은 '한국 문화'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지적하지 않았다. 

 

aT공사와 김 사장이 김치가 한국 문화라는 주장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려는 데 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태도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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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캘리포니아주 ‘김치의 날’ 행사 사진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김춘진 사장(우측), 마이크 퓨어(Mike Feuer) LA시 법무부장관(좌측) [사진=aT]

 

최석호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중국이 김치의 기원이라는 주장 바로 잡기 위해 결의안 발의 / aT 관계자, "김춘진 사장이 수 차례 미국 방문해 한인회, 총영사관 등과 협의"  

 

aT공사의 한 관계자는 14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김치의 날 제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K-Food 대표 식품인 김치를 미국 주류 사회에 널리 알리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다"며 "이를 통해 수출 확대도 긍정적으로 기대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치의 날은 2020년 국내에서 김치산업진흥법 제20조의 2가 신설됨에 따라 11월 22일로 정해졌으며 LA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주 최석호 하원의원을 통해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과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김치의 날 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법정 기념일이 된 '김치의 날'을 미국 전역에 확산시키려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최석호 의원은 중국이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로 결의안을 발의하기 위해 aT공사의 LA지사 등 12개의 한인 기관·단체들과 협력했다.  이를 통해 김치의 역사와 건강상 우수성 등 김치에 대한 정보를 결의안에 담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최 의원이 결의안을 추진할 당시 LA에 위치한 aT공사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하는데 협조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미국에 김치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현지 지사를 통해 김치 관련 정보와 자료들을 제공해 결의안 작성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춘진 사장은 한국 김치를 미국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는 기여에 대한 공로로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 로스앤젤레스(LA)시 시장과 마이크 퓨어(Mike Feuer) LA시 법무부장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김춘진 사장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김치의 날 제정 결의 때부터 중부, 동부로 김치의 날 제정이 확산되도록 노력했다"며 "당시 뉴욕에 방문해 한인회, 총영사관 등 주요 인사들과 김치의 날 제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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