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금리 조사 마무리 수순…‘폭리논란’ 예대마진 확대 제동 걸리나
금감원 은행 예대금리 조사 결과 인수위 보고 예정
차기 정부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 가능성 커져
금융권 ‘관치금융’ 등 과도한 시장개입 우려 여전
“금융당국, 담합 등 경쟁 제한 행위 엄격 제제 필요”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확대된 예대금리차에 따른 시중은행 폭리논란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예대금리 산정 적절성 검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차기 정부에서 시중금리와 관련한 정책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각 은행들에 대한 예대금리 조사를 지난달 말 마치고 은행들을 대상으로 예대금리 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소명절차를 밟고 있다.
금감원은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로 대통령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 은행권 금리 산정 적절성 조사 결과 예의주시
윤석열 당선인은 과도한 예대금리차 문제를 해소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윤 당선인은 금융사가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해 금리 산정 투명성을 강화하는 ‘예대금리 공시제도 도입’을 비롯해 필요한 경우 가산금리 적절성을 검토해 담합요소를 점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시중 은행의 금리 산정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의도적으로 마진을 확대하는 등 금리 산정과정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차기 정부의 금융사 금리와 관련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번 금융당국의 예대금리 조사는 최근 은행 예대금리차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은행만 손쉽게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지속,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면서 주목받아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잔액기준 가중평균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 또는 예대마진율은 지난 2018년 6월 말 시중은행 예매마진율이 2.35%를 정점으로 하락하다 2020년 10월 말 2.02%를 저점으로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이다 2021년 12월 말 2.21%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에는 마진율 지난 1월 기준 2.24%까지 확대됐다. 이는 예금금리는 하락했는데 대출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예대마진이 확대되면서 금융사들의 이익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KB금융과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사들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4조4096억원, 신한금융지주는 4조193억원, 하나금융지주는 3조5261억원, 우리금융지주 2조58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을 모두 합치면 14조5429억원으로 전년 10조8143억원보다 34.5%나 늘었다.
■ 소비자 대출부담 가중, 시중은행은 이자수익 두둑
이들 금융사들이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은 이자에서 나왔다. 위 금융지주가 보유한 4대 은행의 평균 이자수익 비중은 90.3%에 달했다. 이들 금융사가 지난해 올린 29조2442억원의 총영업이익 중에서 이자로 올린 수익이 26조4129억원이었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 규제 등으로 은행들의 가계대출 유치 경쟁이 완화되면서 대출금리 인하 노력이 줄어들면서 예대마진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할 경우 은행은 비용을 절감하고 대출금리를 낮춰 마진을 최소화하는 등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대출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며 “하지만 지난해 가계대출이 너무 늘어 리스크가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금융당국 과련 규제도 이어져 은행들의 대출 유치 경쟁이 완화돼 대출금리 인하 노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중 은행들은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문제와 관련해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조달비용,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을 포함해 대출금리 산정한 것일 뿐이라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배경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책정하는데 주요한 변동요인인 목표이익률 등을 담은 각종 가산금리를 급격히 올렸기 때문이란 지적도 많았다.
가산금리는 은행권이 지난 2012년에 마련한 ‘대출금리 채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라 산정하는 게 원칙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사 핵심은 은행들이 이 기준에 맞게 가산금리를 책정했는지다. 이 과정에서 비합리성이 불거진다면 시중은행 금리 정책과 관련된 제도 개선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시장 개입 우려 여전, 금융당국 관리 강화 필요
윤 당선인이 예대금리차 해소 공약을 내걸며 관련 정책 입안을 예고한 데다 국회에서도 예대금리차 공시,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정치권에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금융 시장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금융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무리한 정책 개입으로 시장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이행하려면 목표이익률 등 가산금리 세부 항목, 은행의 즉 각종 업무 원가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은행권은 영업 자율성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예대금리차 확대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시장가격인 금리에 직접 개입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 또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제재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의 금리 및 예대마진 등은 가격변수여서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의해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론 이 과정에서 담합이나 여타 경쟁제한 행위 등이 있어서는 안되며 금융 및 경쟁당국은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조치 및 모니터링을 하고 엄격히 제재하는 등 시장경쟁 확보를 위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